한국은행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출 풍선 효과나 영세 자영업자·저소득자 등 신용이 취약한 가계의 유동성 제약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상향하고 2억 원 초과 대출에 대해 연소득의 40%로 묶어둔 규제를 5억 원 초과 대출에 적용하는 등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런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24일 한은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DSR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전세자금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주비·중도금 대출 증가율은 금융위원회의 DSR 규제 시행 직전인 2021년 6월 6.2%에서 시행 직후인 7월 10.8%로 늘더니 지난해 11월 20.4%까지 급증했다. 전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이후 10% 밑으로 떨어졌는데 전세자금 대출은 여전히 20%대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도 DSR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0.6~1.0%포인트씩 뛰어올랐다. 특히 자산 시장 유입 가능성이 큰 부동산·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DSR 규제 강화로 형편이 어려운 가계의 자금 흐름이 악화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DSR 규제를 강화했을 때 그렇지 않은 차주보다 빌릴 수 있는 금액 한도가 더 줄어든다.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취약차주의 경우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추가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 압박마저 들어온다.
한은은 DSR 규제 강화로 상환 능력을 넘는 과도한 차입을 억제해 가계 부채의 질적·양적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특히 인수위가 실수요자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LTV·DSR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일부 청년 계층이나 실수요자에게 미친 부작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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