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지난해 설비 투자 규모는 줄인 반면 연봉은 대폭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와 농어촌 간 5세대(5G) 이동통신 품질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 투자는 줄이고, 높은 5G 요금으로 인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따른다.
27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 설비 투자금액(CAPEX)은 총 8조2024억 원으로 지난 2020년 8조2758억 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5G를 첫 상용화하던 지난 2019년 9조5965억 원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감소세다. 각 사 별로는 SK텔레콤(017670)이 무선 2조1790억 원·유선 8228억 원, KT(030200)가 총 2조8551억 원, LG유플러스(032640)가 2조3455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유선 투자액이 전년보다 45억 원 늘었지만 무선은 260억 원 감소했고, KT와 LG유플러스 투자 규모는 각각 169억 원, 350억 원 줄었다.
반면 3사 평균연봉은 늘었다. 지난해 SK텔레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6200만 원으로, 전년 1억2100만 원에서 34%(4000만원, 분할 관련 특별 주식배분 3000만원 포함)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는 9500만 원으로 8%(700만원), LG유플러스는 9400만 원으로 16%(1600만원) 연봉이 상승했다.
연봉 상승 배경에는 ‘역대급’ 실적이 있다. 2021년 통신 3사는 영업이익 4조380억 원, 매출 55조4977억 원을 기록했다.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 총합이 4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는 5G 가입자 증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5G 가입자는 두배 가까이 늘어나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각 사 전체 무선 가입자 중 5G 가입자 비율도 40%를 돌파해, 올해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5G는 기존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요금이 비싸 통신사 수익성 개선의 주 동력이 되고 있다. 게다가 LG전자(066570)의 철수와 가입자 포화로 회선 유치 경쟁이 약화되며 공시지원금 등 마케팅 비용 지출은 감소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제조사들이 LTE 스마트폰을 신규 출시하지 않고 관련 마케팅도 사라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교체 주기에 맞춰서 5G 가입자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한 대도시와 농어촌·도서지역의 ‘5G 품질격차’다. 지난해 전국 5G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801Mbps(초당 메가비트)로 전년 690Mbps에 비해 개선됐다. 그러나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여전히 평균 56Mbps의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같은 요금을 내지만 지역에 따라 더 나쁜 품질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862Mbps로 평균을 상회했지만,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속도가 느린 전라남도는 722Mbps, 충청남도는 732Mbps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도시 외 농어촌 5G 품질은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비싼 5G 요금을 내면서 LTE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업계 임금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사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과 주주총회 등을 통해 올해 전년과 유사한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지지부진한 투자는 5G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착시현상’이라는 반박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대도시와 고속도로 등을 중심으로 5G 망 설치가 끝났고 지난해 실제 전국 5G 커버리지와 통신품질도 크게 개선됐다”며 “IT업계 연봉 인상이 이어지는 만큼 핵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임금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