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0일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에 영업정지 8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현산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가 최대 등록말소 처분을 요구한 만큼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게 됐다.
서울시는 이날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다음 달 18일부터 8개월간 영업을 정지토록 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현산은 8개월 동안 건설사업자로서의 영업 활동이 금지된다. 공공 공사를 비롯해 민간 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고 자체 사업만 가능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시의 이번 처분은 ‘부실 시공’ 혐의에만 해당한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다음 달 중으로 관할 자치구인 영등포구로부터 처분 통지를 받은 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현산이 불법 재하도급에 관여(지시·공모)한 것으로 드러나도 영업정지(최장 8개월) 처벌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문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다. 국토부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앞으로 6개월 내에 화정 아이파크 사고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산은 추가로 1년(합산 1년 8개월)의 영업정지를 받거나 아예 건설업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산은 일단 소송전을 통해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서울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통해 대응할 것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그 즉시 영업정지 처분은 중지된다.
영업정지가 되더라도 이전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현산은 일단 현장이 개설된 전국 65개 아파트 등 공사 현장은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수주한 사업 현장에서 시공권 박탈 요구가 줄을 잇고 있어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광주 운암에 이어 18일 경기 광명 11구역에서 시공과 브랜드 사용 배제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도 다음 달 총회를 열고 현산의 시공권 박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산이 등록말소 처분까지 받게 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당장 1600여 명의 임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협력 업체 1000여 곳의 임직원 수만 명도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산이 더 이상 건설업을 영위하지 못하면 HDC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지난해 HDC그룹의 전체 매출액 5조 2000억 원 가운데 현산 매출이 70%(3조 6500억 원)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HDC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현산이 어려워지면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면서 징계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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