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 문항에 대해 재채점을 실시하라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권고했다. 세무사 시험에서 재채점 권고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세 행정 경력자(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을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채점 조작 등 위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실시한 제58회 세무사 자격 시험의 특정감사 결과 이처럼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특정감사는 지난해 세무사 자격 시험에서 국세행정 경력자에 대한 특혜 및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실시됐다. 지난해 공무원들에게 면제 특혜를 부여하는 세법학 1부 과목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과락률이 82.1%에 달했는데, 이 과목을 면제받는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중은 오히려 2016~2020년 연평균 3.1%에서 21.4%(706명 중 237명)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4주간 진행된 실지감사 결과, 답안 채점분야에서는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의 경우 채점 위원이 동일한 답안 내용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채점의 일관성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문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정 결정 기한을 설명하시오’라는 4점짜리 문제다. 더욱이 채점담당자가 이러한 채점 일관성 부족 문제를 채점 진행 단계에서 제대로 확인·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점은 시험 출제에서도 드러났다.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출제·시행·채점 방법 등을 포함하지 않고 시험 시행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제위원 선정 시 자격담당자가 전산선정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위촉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는 등 출제 위원 위촉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제2차 시험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 난이도와 실질 난이도가 불일치했고 난이도 조정 과정 역시 미흡했다.
다만 △일반 응시생의 합격률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인 시험 난이도 및 채점 조작 △국세청 관련자의 문제 출제 개입 △부실·대리 채점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서는 위법·부당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에 대해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단에 권고했다. 세무사 시험에서 재채점 권고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 권고에 따라 공단은 2개월 내 재채점을 하고 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재채점으로 인해 추가 합격자가 나오거나 합격자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용부 관계자 "공단 측이 재채점을 한 뒤 합격자 규모가 바뀔 경우 국세청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부는 숙련위원과 비숙련위원이 적절히 위촉될 수 있도록 출제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적정난이도 유지를 위해 출제 시 난이도 검토기능을 강화토록 했다. 1인 채점위원제도에서는 채점위원의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2인 이상의 채점위원이 함께 채점해 점수를 산정토록 했다.
출제위원을 규정대로 위촉하지 않은 담당자를 포함해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와 상급자 총 6명에 대해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문제들은 기관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공단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세무사 자격 시험, 나아가 국가전문자격시험 등에서 불공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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