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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디지털 교육 강국 가려면 대기업 참여 허용해야”

<인터뷰-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대기업에도 문호 개방해 디지털 교육 역할 분담"

"'서구 추격형' 교육 벗어나 학생 삶 중심 돼야"

"범정부 차원 고등직업교육 컨트롤타워 마련 필요"

"새 정부, 대입 문제로 고교학점제 시행 부담될 것"

"국가교육委, 일각 얘기처럼 자문기구 돼선 안돼"


“기술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분야에서 진정한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야 합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지난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레 진행된 비대면 수업 환경을 단기간에 정착시키는 등 디지털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한계 역시 드러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표적인 교육계 진보 인사인 그가 ‘대기업’의 참여를 역설하는 모습은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통해 그의 말이 진보·보수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한 진심 어린 조언임을 알 수 있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혁신과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주도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2017년 12월 출범했다. 1기 기획단장을 시작으로 2·3·4기 의장을 역임해온 김 의장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등 교육 정책 주요 키워드로 디지털을 내세웠으나 김 의장은 다른 측면에서 디지털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분절된 교육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기기·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법적으로 교육 영역에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돼있는데 중소기업이 모든 것을 책임질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공공 부문 IT 운영·구축 사업에는 대기업 참여가 금지돼 있는데, 이러한 탓에 중소기업이 모든 부분을 감당하면서 디지털 교육의 질적 개선이 더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교육 분야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 교육 정책의 성과와 한계는.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 유·초·중등 교육의 안전망을 완성했다. 굉장한 의지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다. 큰 성과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펼쳐졌던 만큼 정부가 이를 예상하고 미래 계획을 미리 짜나간 것은 아니지만, 대응 과정을 볼 때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초기 원격 수업을 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문제가 생겨나긴 했지만 단 몇 달 만에 해결했다. 우리에게도 뛰어난 기술력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숙제도 발견했다. 플랫폼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등 디지털 시스템이 분절돼 있었다는 점이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접속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통일된 시스템이 없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도 ‘디지털’이 교육 정책 주요 키워드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법에 따라 교육 부문에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고 중소기업만 참여가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의 본질은 경계를 없애고 소통을 넓혀나가는 것인데, 중소기업들이 오랜 시간 이를 맡으면서 스스로 기득권이 됐고 칸막이가 쳐졌다.

대기업에게도 참여를 허용해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분담하느냐에 대해선 차차 협의를 해야 할 문제지만 가령 플랫폼이나 교육용 디지털 기기와 같은 부분은 대기업이, 애플리케이션은 중소기업이 만드는 식이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기술력이 떨어질 텐데 디지털 교육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선 최첨단 기술로 게임을 하는데 교육은 뒤처진 기술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구글이나 줌(ZOOM)과 같은 외국 기업 플랫폼을 교육 활동에 이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산출된 모든 데이터는 외국 기업에 종속된다. 원격교육 플랫폼에서 데이터 주권과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도 빅데이터가 없는 게 아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활용이 불가능 하다. 이러한 분절된 행정 시스템이 디지털 기술의 본질과 충돌하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방향은.

“우리 교육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구 추격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은 서구에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정책, 제도도 그랬다. 중앙의 전문가들이 서구 교육 정책을 받아들여 적당히 가공해 내려보내고 점검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었다. 서구의 새로운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고 옳은 것이니 이를 주입하고 암기시키는 것이 산업화 시대의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러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도 G7에 초대되고 선진국에 진입했다. 코로나19, 환경 파괴, 디지털 혁명 등 사회에서도 큰 변화가 오는데, 이에 맞는 교육 정책 제도를 수립해가는 과정이 이전처럼 ‘서구 추격형’이 돼선 안 된다.

자신이 있는 곳이 우주의 질서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는 게 창조성이다. 그래서 특히 초·중등 교육은 학생의 삶이 중심이 돼야 한다. 자신이 익히는 지식이, 자신의 삶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왜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방식의 접근을 해야 아이들이 미래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핀란드나 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가고 있다. 교과서가 아니라 주제별, 문제해결형 방식으로 지식을 가르친다. 초·중등 교육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등직업교육 분야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 통폐합설·기능 축소설 등이 나왔다.

"과학기술계가 주도하는 교육부 개편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육은 사회 보장, 안전망 개념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무너질 수 있다.

물론 일부 기능이 조정될 필요는 있다. 고등 직업교육 부문에서 교육부 시스템이 너무 폐쇄적이다. 고등직업교육은 교육부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도 하고 있다. 직업 훈련은 또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다.

인력 수급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더군다나 디지털 기술이 급진전 되면서 지금 세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그게 없다. 그게 안 되니까 고등직업교육과 산업현장이 어긋나버린다. 모든 부처가 갖고 있는 고등직업교육에 평생교육까지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부처 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었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에 대해서도 다시 말이 많다.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원래의 설립 취지를 적용하면 지금 살아남을 자사고·외고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입시 교육 위주가 되면서 원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다만 외고 같은 경우는 필요할 수 있다. 대입용 외고가 아닌 ‘다문화 외고’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다문화 외고를 통해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잘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와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2025년 전면 실시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새 정부가 시기를 유예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하반기 교육 과정을 고시하게 되면 대입 방향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정부를 구성하자마자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대입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국민적인 논의를 충분히 거쳐 온 문제라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입과 관련해 큰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도 정권 초기부터 대입 문제로 혼란을 겪지 않았나."

-국가교육회의의 가장 큰 숙제였던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자문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자문 기구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문 기구에서 무엇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받아들이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차기 정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자문 기구 성격으로 운영하면 그저 대입과 같은 골치 아픈 의제를 사회적 공론에 부치는 역할 그 이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 기구다.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다. 그래야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과정 기준 및 내용의 고시 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가교육회의 활동도 곧 마무리 될 텐데 임기 이후 활동 계획은.

"최근 ‘시대의 경계에서 일인칭으로 말 걸기’라는 책을 냈다. 팬데믹과 뉴노멀, 4차 산업혁명, 부동산, 일자리, 교육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풀어낸 책이다. 앞으로도 아동청소년 문학 등 집필활동을 할 것이다. 임기 후 활동에 대해선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 여러 선택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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