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인선은 전문성·경륜에 올인한 인사로 풀이된다. 물가·금리 급등과 코로나19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발하는 만큼 최상 실력의 인사들과 첫날부터 유능하게 민생을 챙겨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측근 인사와 여소야대 상황에서 한 명이 아쉬운 현직 의원도 과감히 발탁했다. 다만 문재인 정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는 없어 탕평과 통합의 신호는 주지 않았다. 또 ‘공동정부’를 운영하기로 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측 추천 인사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갈등의 불씨도 남겼다.
13일 윤 당선인이 인선을 완료한 장관 18명 중 16명의 후보자를 살펴보면 전문성에 방점이 찍힌 게 뚜렷하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한화진 환경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은 각 영역에서 오랜 시간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들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특별 수사뿐 아니라 정책통으로 꼽히는 인사였다. 일을 잘 하는 인사를 기용하기 위해서는 논란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각 인선 원칙에 대해 “능력과 인품을 겸비하고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것이 인사 기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은 경륜에 방점을 찍은 인사다. 윤 당선인은 현직 의원 최소화 방침이 있었음에도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 사 외교안보 드림팀으로 구성했다. 권 후보자는 국회에 남겠다며 장관직을 고사하기까지 했으나 당선인의 강력한 설득으로 끝내 승낙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후보자는 “국회가 의석 수가 굉장히 열세인 상황에서 새 정부의 정상적이고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당에 있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는데 당선인 생각은 달랐다”고 말했다. 16명 중 현직 의원은 박진·권영세 후보자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등 총 4명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 시작 9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파격적인 정치인만큼 내각은 ‘경륜형’으로 구성했다는 게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파격 대통령에게는 안정감 있는 경륜형 내각이 맞다고 봤다”며 “가장 경륜 있는 사람이 혜안을 갖고 위기를 돌파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을 했거나 중용된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화진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맡았고 김인철 후보자도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양측 정권과 인연이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당선인이 내세운 협치·통합의 큰 그림과 맞는 인사인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문회 통과가 최대 난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철수계’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갈등의 소지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안 위원장 측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검토했으나 이와 같은 인선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은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도 상관없다”면서도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들이 전문성이나 실력·도덕성 등에서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 측은 안 위원장과의 공동정부 약속은 유효하며 인사 등 국정 운영에 계속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해 진화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공동 국정 운영) 기조는 앞으로도 직책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계속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명되면서 대통령실 시스템 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 경제 관료인 김 내정자를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은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없애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 측은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3실장을 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2실장 체제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비서실장이 정책도 관장하도록 하며 ‘옥상옥’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정권이 신설한 일자리수석을 ‘보여주기’ 자리로 판단해 폐지하고 경제수석으로 통합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교육 과학기술과 중소벤처 분야를 더한 교육과학수석을 신설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교육과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를 만드는 하나의 큰 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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