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직원들의 회사 복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무실 확충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까지 동원해 직원들의 ‘출근 공포’를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출근과 원격 근무 병행) 체제 정착이 인력난에 직면한 기업들의 과제로 떠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올해 미 전역의 캠퍼스(사옥)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95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액은 전년 대비 35%나 늘어난 액수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사무실에 더 많은 인력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구글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3일 출근을 재개했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6만 7000㎡ 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한 데 이어 텍사스 오스틴, 매사추세츠 보스턴, 시카고, 워싱턴주 벨뷰에 캠퍼스를 조성했다. 최근 사무실 복귀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휴스턴, 마이애미, 애틀랜타, 뉴욕 버지니아주 알링턴, 오리건주 힐스보로 등에 캠퍼스를 만들었다. 재러드 스파타로 MS 부사장은 “팬데믹으로 회사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출근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전기 스쿠터로 통근하는 직원들에게 월 49달러(약 6만 원)를 지원하는가 하면 이달 중 본사 인근에서 인기 가수 리조 초청 공연도 열기로 했다. MS도 2월 출근을 재개한 후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강좌를 마련하고 캠퍼스 내에 다양한 푸드트럭을 유치해 직원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벤트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닉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원들이 가수를 보겠다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의 당면 과제는 직원들이 원하는 날에 출근하는 체제와 회사가 정한 날에 출근하는 체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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