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긴축 등 악재가 겹치며 삼성전자(005930)가 연일 신저가를 새로 쓰는 등 국내증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식투자에 지친 투자자들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상품이 주식보다 안정적이고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 들어 6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판매한 코코본드 규모가 1조 3000억 원인 점 고려하면 판매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코코본드는 금융사들이 자기자본비율(BIS)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흔히 5년 또는 10년 뒤 발행사가 채권을 되사주는 '콜옵션'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어 5년콜인 경우 발행사가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발행 후 5년 만에 상환이 되는 형식이다. 은행들은 5년 이후
코코본드가 인기를 끄는 배경은 주된 발행사가 안정성이 높은 은행 지주사인데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발행금리가 높아진 점이 꼽힌다. 실제 올해 발행 또는 발행예정인 신종자본증권을 보면 5년 콜옵션 기준 발행금리가 세전 연 4% 수준에 달한다. 지난 1월 25일과 26일에 발행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코코본드는 각각 세전 연 3.9%, 4.0%, 2월 16일과 17일에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세전 연 4.0%, 4.1%로 발행했다. 3월 4일에는 농협금융지주가 세전 연 4.1% 발행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에 따르면 3년짜리 예금 이자는 세전 연 0.85~3.04%(4월 15일 기준) 수준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금리의 절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채권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기간이 긴 점은 부담스럽지만 높은 금리와 함께 매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코코본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판매 중인 농협생명2(5년콜)는 발행금리 4.35%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NH투자증권도 7일 부산은행에서 발행한 코코본드를 세전 4.3%금리로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를 대표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다만 은행들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이자를 지금하지 않은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은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 또 파산할 경우 후순위채보다 변제순위가 밀리고, 또 최악의 경우 원금 상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금과 같은 수준의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 규모 상위 10개 회사의 발행 합계액은 지난 1월 2조3264억 원에서 지난달 3조 9752억 원으로 두 달 만에 70.87%급증했다. 이달 중순까지도 발행금액이 벌써 2조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녹인 구간까지 지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은 만큼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코스피는 최근 종가 기준 연초대비 9.79% 빠졌고,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5.83%, 8.42%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ELS의 단골 기초 지수인 홍콩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최근 발행되는 ELS의 경우 되레 조기상환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 기조와 인플레이션 등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아 개별종목 투자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어려운 국면”이라며 “다만 증시가 바닥에 있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복합적인 심리가 함께 작용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ELS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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