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철학자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사진·94)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세계가 처한 핵전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에 양보해야 한다는 다소 논쟁적인 의견을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촘스키는 최근 진행한 미국 급진 정치 잡지 '커런트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두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현재처럼 최후의 우크라인이 남을때까지 러시아와 싸우는 것인데 이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전 의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는 존경받을만한 사람이고 위대한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실존적 필수요건이며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젤렌스키의 입장에 동조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가 처한 현실에도 주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촘스키는 또 다른 선택지로 외교적 해법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협상의 기본 틀이 우크라이나 연방이라는 구조 안에서 돈바스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중립화일 수 있다”며 “좋든 싫든 크림반도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이같은 방식의 협상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일 허리케인이 온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허리케인이 좋지 않다’거나 ‘허리케인을 인정하지 않아’라는 말로 상황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미국인인 촘스키는 변형생성 문법의 창시자로 탁월한 언어학자로 평가받는다. 1967년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패권주의에 관심을 보인 그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에세이 '지식인의 책임'을 출간하며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인류 평화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바로 미국”이라는 발언을 하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폭력을 격렬하게 규탄해 주류 진영에 대한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의 양심’이란 평가를 받는 그는 구순이 훌쩍 넘은 최근까지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주의와 자본주의·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세계적인 화두인 불평등을 분석하는 서적을 내놓는 등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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