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이전에 비하면 주취 신고가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금요일 야간에만 100건 정도 들어왔네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A경찰관)
“거리두기가 풀린 이후 사건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금요일에만 신고가 150건 떨어졌어요. 순찰 돌 시간도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 B경찰관)
영업 시간·인원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인 23일 밤,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시내 번화가 일대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과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사람들로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은 사람과 자동차가 뒤엉켜 혼란스러웠고 클럽과 주점을 찾은 손님들이 10m가 넘게 긴 줄을 이뤘다. 시민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 앞으로 갈 수가 없다”며 말했다. 도로에는 귀가하는 시민들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을 지었고 밝게 불을 밝힌 클럽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밤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야간 시간 주취 신고가 늘면서 인근 경찰서는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마포구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야간 신고가 급증하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근 파출소에서 지원을 받아 신고에 겨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관계자도 “코로나 시절 금요일이나 주말 야간 신고가 50건 정도 들어왔는데 지금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주로 주취나 클럽 내 도난 신고가 많고 가끔 강력 신고도 들어온다”고 전했다.
실제 23일 밤 번화가 일대에서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 시민들이나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에서 인사불성이 된 시민은 “집이 어디냐”는 경찰의 질문에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반복했다. 강남역 먹자 골목에서는 만취한 시민들 간 시비가 붙어 고성이 오갔다. 이태원 근처에서도 주취자간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쓰레기와 담배 꽁초, 토사물 등으로 번화가 인근 거리는 눈살을 찌푸릴만한 상황이 잇따랐다.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봉투가 지저분하게 쌓였고 시민들이 잠시 머물렀다 간 것으로 보이는 벤치에는 맥주 캔과 먹다 남은 음식물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박 모 씨(25)는 “오늘 홍대 바닥에 버려진 꽁초만 수백 개는 될 것 같다”면서 “이 많은 쓰레기는 누가 다 치우냐”고 걱정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놀러 나온 김 모(30) 씨는 “공원에 갔는데 먹다 남은 쓰레기가 가득했다”며 “떠들고 노는 건 좋지만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번화가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일상 회복이 달갑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홍익대학교 인근 대로변에 거주하는 박 모(24) 씨는 “밤에도 밖이 시끄러워졌다”며 “우리 집은 고층이라 그나마 이 정도인데 저층에 위치한 집은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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