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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김영환'…동지보다 먼, 정적보다는 가까운[정상훈의 지방방송]

<6>충북지사…노영민-김영환 맞대결

열린우리당 창당두고 정치운명 엇갈려

文心 vs 尹心 구도…청주의 선택은?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 연합뉴스




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으로 묘합니다. 둘도 없는 동지였다가도 아주 작은 이유로 헤어지고, 때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자리를 놓고 싸우는 두 사람의 인연이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민의힘 후보인 김영환 전 의원은 둘 다 충북 청주 출생입니다. 나이로는 노 전 실장이 1957년생이고 김 전 의원이 1955년생이니 김 전 의원이 두 살 형입니다. 물론 이는 주민등록상 나이입니다. 그 당시는 실제 태어난 연도보다 늦게 출생신고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두 사람은 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합니다. 청주고와 연세대를 나란히 다녔습니다. 전공은 노 전 실장이 경영학, 김 전 의원은 치의학이었습니다. 70년대 유신독재 아래 대학을 다닌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도 학생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1977년에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나란히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처음 만난 장소도 서울구치소였습니다.

정치 입문은 형인 김 전 의원이 빨랐습니다. 김 전 의원은 1996년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경기 안산갑에 출마해 당선되며 여의도에 입성했습니다. 4년 뒤 같은 곳에서 이번엔 여당이 된 새천년민주당으로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노 전 실장은 김 전 의원보다 4년 늦은 2000년 제16대 총선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첫 도전은 낙선. 그리고 4년을 절치부심 기다린 끝에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올라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충북 청주흥덕에서 당선되며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은 이때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김영환 전 의원. / 권욱 기자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은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월드컵 바람을 타고 정몽준 후보가 급부상하자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려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었습니다. 이때 김 전 의원은 전자를, 노 전 실장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2년 뒤 열린우리당 창당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잔류를 택했고, 노 전 실장은 열린우리당 합류를 선택했습니다.

중간에 다시 한솥밥을 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의원이 다시 복당을 하는 과정에서는 노 전 실장이 직접 당 지도부를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8대 국회 후반기와 19대 국회에선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부터 시작된 정계개편 바람이 다시 이들을 갈라서게 만든 것입니다. 이번엔 노 전 실장이 잔류파인 더불어민주당에 남았고,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습니다. 이때부터 노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주중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권력의 중심에 서있었고, 그 사이 김 전 의원은 세 번의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적(敵)으로 만났습니다. 노 전 실장은 이번 지선에서 단수공천으로 민주당의 충북지사 후보가 됐습니다. 김 전 의원은 경선 과정을 거쳐서 국민의힘 공천장을 거머쥐었습니다.

두 사람 앞에 붙은 수식어도 달라졌습니다. 지난 5년간 문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끈 노 전 실장에게는 ‘문심’(文心)이라는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제20대 대선에서 특별고문으로 윤석열 당선인을 도운 김 전 의원은 ‘윤심’(尹心)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시집(詩集)을 낸 이력이 있습니다. 운율처럼 이어져온 두 사람의 인연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요. 이번에도 막간 관전 포인트는 있습니다. 충북 최대 도시이자 두 사람의 고향인 청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징크스입니다. 이번에는 청주 민심이 누구를 택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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