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아시아 선진국 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물가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독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0%로 조사됐다. IMF가 아시아 내 선진국으로 분류한 8개국 평균인 2.4%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이들 국가 중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IMF는 한국과 일본·대만·호주·싱가포르·홍콩·뉴질랜드·마카오 등 아시아 8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뉴질랜드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9%로 8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에 이어 호주와 싱가포르가 각각 3.9%와 3.5%로 집계됐고 대만(2.3%)과 홍콩(1.9%)은 8개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아시아 8개국 중 가장 낮은 1.0%로 예상됐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전망치와 비교한 상향 조정 폭도 우리나라가 8개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앞서 지난해 10월 IMF는 올해 한국 물가가 전년보다 1.6% 오를 것이라고 봤는데 이달 전망에서는 이보다 2.4%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한국보다 조정 폭이 큰 나라 역시 3.7%포인트 높인 뉴질랜드가 유일했다. 그만큼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 대외 악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2일 ‘아세안+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발표한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 역시 기존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아세안+3’ 전체의 전망치 조정 폭(0.6%포인트)보다 컸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에 더 크게 노출된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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