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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5% 불과한 우주예산 확 늘리고…핵심기술 민간에 이전해야

[서울포럼 2022] 대한민국 신성장전략:담대한 도전-우주에서 길을 찾다

<1> 우주개발 인프라 조성…정부 투자와 예산 지원

우주개발 전담하는 항우연 예산도 美·러보다 최대 40배 적어

글로벌시장 이미 벤처 중심 전환…정부는 산파 역할만 할 필요

규제 허물어 스페이스X·블루오리진처럼 산업융합도 유도해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해 10월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당시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누리호는 올 6월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부는 중요한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비중이 커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권한으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우주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창출은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까지만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이 주축이 돼 산업 간 결합까지 망라한 우주 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가 나오도록 성장판을 열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국내 우주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2020년 한국 우주개발 예산은 7억 2200만 달러로 33억 달러인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며 1위 우주 강국 미국(477억 달러)의 1.5% 수준에 그쳤다. 중국(89억 달러)·러시아(38억 달러) 등 다른 우주 선진국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세계 9위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국내 우주 개발 담당 기관 예산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러시아 연방 우주국(로스코스모스), 중국 국가우주국(CNSA) 등의 연간 우주 프로그램 예산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보다 4배에서 최대 40배 이상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향후 10년간 170개 인공위성 개발과 우주 발사체 40여 회 발사, 3조 원 이상 투입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을 담은 우주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으며 한국형 뉴스페이스 개막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드 스페이스’ 때와 달리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뉴스페이스 시대 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산파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예산 지원 이후에는 민간 자율성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국 위성·발사체 개발 사업은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에 민간 업체가 ‘연구 수행 기관’으로 참여해 따라가는 형태였다”며 “이런 문제가 뉴스페이스 시대에도 되풀이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경우 약 75%에 해당하는 구성품은 국내 민간 우주 업체에서 개발됐지만 핵심 부품인 75톤·7톤 액체 로켓엔진 설계 등 작업은 정부 기관 주도로 이뤄졌다. 핵심 기술의 민간 이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민간 우주산업 R&D 투자 규모는 일본의 절반가량, 미국과 비교하면 6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는 세계 우주산업이 이미 벤처·스타트업과 이들을 지원하는 민간투자자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6년부터 글로벌 민간 우주 시장에서 엔젤 투자자 또는 벤처캐피털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한 벤처·스타트업의 수는 해마다 20%씩 늘어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우주산업체 2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뉴스페이스라는 말을 처음 들었거나 잘 모른다’는 응답이 54%를 넘을 정도로 뉴스페이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마저 미미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민간 주도 혁신’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가 주도 개발이 쳐놓은 높은 진입 장벽을 무너뜨려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다른 산업과 ‘이종 결합’ 역시 뉴스페이스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각각 민간 우주산업의 선두 주자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기반이 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산업 간 융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국내 빅테크가 우주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비우주 부문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뉴스페이스는 스타트업 등 민간의 경제주체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진입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며 “민간이 주축이 되면 초기 투자금 회수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우주 강국들이 일찌감치 민간투자를 허용하고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이러한 뉴스페이스의 특성을 간파한 탓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다수의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이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엔젤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이 종잣돈을 대는 것 또한 뉴스페이스가 만든 추세”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도 “정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 기반 시설을 민간에 공유하고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등 민간이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경제성 확보와 수익 창출 모델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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