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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경구 "악마 된 부모 민낯 표현…제 갈등 지점 관객이 알아주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주연

학폭 가해자 부모 강호창역 설경구 배우

진심 전하고싶어 대사 직접 수정하기도

"악마 돼가는 부모 모습 고발하는 영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예고편 캡처




지난 25일 서울경제스타와 화상으로 만난 배우 설경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했다"고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감독)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시나리오와 주어진 상황에 집중했다. 평소 친한 문소리 배우와는 촬영장에서 말도 거의 섞지 않았다고. 설경구 개인은 놔두고,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등학생 강한결 아빠로 오롯이 분했다. 아버지로서의 심리와 아들의 누명을 벗기려는 변호사의 입장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강호창이란 캐릭터의 다양한 내면과 갈등을 두드러지게 표현해냈다.

김지훈 감독은 앞서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설경구 배우는 '니 부모의 얼굴'에 가장 걸맞는 얼굴이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흘러가는 상황들이 오히려 제 연기를 ‘커버’ 해줬다고 생각해요. '나는 가해자다' 혹은 '피해자다' 일부러 드러내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이 상황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맡긴다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저의 내적 갈등을 관객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를 김지훈 감독이 잘 배치해서 완성본을 내놓은 것 같았습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설경구 배우 / 사진 = (주)마인드마크 제공




김지훈 감독은 동명의 희곡을 기반으로 한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오랜기간 준비해왔다. 2012년 설경구 배우와 함께한 영화 '타워' 이후 그와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고, 그때마다 시나리오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게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였다. 김경미 작가가 극본 작업에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구체화됐고 김지훈 감독은 비로소 그에게 "같이 하자"라고 제안했다.

"책(시나리오)이 완성된 상태에서 받아봤는데 강렬하더라고요. 기존에 보지 못했던 강렬한 제목부터 궁금함이 있었죠. 사실 연극은 보지 못했는데, 이전 김지훈 감독 작품 '타워'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내용이어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타워' 때는 한껏 '업' 되어 촬영했다던 김지훈 감독이었다. 반면 이번 영화에선 굉장히 '다운' 되어 촬영했다는 게 설경구 배우의 전언. 소재가 주는 압박도 심했고, 감독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하게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김 감독이 영화 만들면서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고생 끝에 영화는 5년 전 촬영해 3년 전에 이미 제작까지 마쳤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는 바람에 27일에서야 극장에 걸리게 됐다. 설경구 배우 역시 지난 18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그런데 원작 희곡 자체는 십여년 전 이야기를, 영화도 5년 전에 만들었지만 '빛바랬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설경구 배우는 이를 "현재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만듦새를 떠나서, 학교 폭력은 과거의 일이 아니죠.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어딘가에는 괴로워하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끔찍한 일이라는 현실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설경구 배우 / 사진 = (주)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촬영 이후, 학교 폭력 문제는 더욱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 '학폭'을 다룬 영화나 시리즈 작품들도 잇따라 공개됐었다. 주로 뉴스를 통해 더욱 심해지고, 지능화하고, 수없이 반복돼 온 사건들을 접하며 분노했었다는 설경구 배우는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 영화 포스터 속 문장이기도 하다.

“저는 저희 영화가 괴물이 되어가는, 악마가 되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고발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정확한 것 같아요,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 영화에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부모가 다 없애버렸다'라는 잔인한 대사가 나오는데, 부모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영화를 보고나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호창의 아들 강한결은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가 극적인 순간, 피해자로 뒤바뀐다.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강호창은 아들의 무죄를 직접 변론하게 되는데, 설경구 배우는 강호창의 최후 변론 장면의 대사를 직접 썼다. 그는 "변호사가 아닌 아버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며 재판장에게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대사를 수정하고 싶었다고.

"짧은 몇줄의 글로 재판장을 설득해야 하는데,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었고 제 진심이 닿았으면 했죠. (촬영할 때 동료 배우들은 대사가 바뀐지 몰랐다고 했었다.) 연기하면서 보니 재판장 역할 배우께서 저한테 조금 넘어오는 것같이 느껴지더라고요(웃음). 리허설도 없었고 테스트 촬영도 안 하고 바로 들어갔는데 그 장면이 영화에 바로 나간 것 같습니다."





강호창은 영화 말미, 진실을 알고난 후 선택의 기로에 선다. 피해자 건우가 마지막에 걸었던 호숫가 언덕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데, 설경구 배우는 그 장면이 특히 고민이 많이 됐었다고. 영화에서는 짧게 나오지만 실제 테이크는 굉장히 길게 찍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울면서 길을 올라가는데, 제 입으로는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건우처럼 주저앉아 울기도 하다가 또 걷고. 그러면서 언덕 끝까지 올라갔죠. 그때까지는 강호창 마음이 되게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택을 해야 했죠. 언덕을 올라가면서는 괴로운 상태였다면, 마지막에는 이미 선택을 끝낸 표정을 지었어요. 말 그대로 정말 민낯을, 자식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수장시켜버리는 '악마'가 된 부모를 표현했죠."



그는 '킹메이커', '야차'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세 번째 작품으로 관객을 찾게 됐다. 그 외에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이 꽤 된다고. 그는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 김용화 감독의 '더 문', 이해영 감독의 '유령' 그리고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을 언급했다.

"이런 적이 처음인데.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어쩔 수 없죠. 어느 배우는 6~7작품 남았다고도 하더라고요. 걱정스럽죠. 그래도 저는 이 와중에 꾸준히 개봉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루 빨리 예전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여기저기 발생하다 보니 촬영 현장도 원활하지가 않아요."

마지막으로 설경구 배우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말을 전했다. "꾸준히 이야기되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전보다는 조금 나은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데, 그래도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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