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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엥체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장 "공대 없애 디자인학과 융합…교수 평가 땐 연구영향력 가장 따져"

■亞 최고대학 비결을 묻다-김무환 포스텍 총장 대담

<하> '연구집중대' 변신한 싱가포르국립대

입학 후 1년 반은 학과없이 연계 교육, 교류 통해 경험 쌓아

교수도 승진·정년보장 심사 엄격…16개 학과가 세계 10위권

포스텍도 '연구 중심 의대' 관심…공동 연구 콘퍼런스 등 추진

김무환(왼쪽) POSTEC 총장과 탄엥체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장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특별대담을 갖고 교육 혁신과 학문 융합,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싱가포르=고광본 선임기자




“학생들은 입학 후 1년 반은 학과 없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전공을 선택하도록 교육 혁신을 했죠. 연구 측면에서도 이제 연구 중심 대학을 넘어 연구 집중 대학으로 거듭났죠. 공대는 디자인과 합쳐 디자인·공대로 개편하는 등 학과 간 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탄엥체(Tan Eng Chye)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장은 20일 현지 사무실에서 가진 김무환 포스텍(POSTEC) 총장과의 특별대담에서 “교육과 연구에서 학문 간 융합을 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연구 역량을 크게 키우고 의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에도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교원 승진과 정년 보장 심사에서 연구 영향력을 엄격하게 따지고 젊은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했다. NUS는 최근 영국의 세계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실시한 세계 공대 평가에서 7위를 기록했다.



△김무환 총장: NUS가 교육 혁신을 꾀하고 연구 역량을 매우 많이 축적해 인상적이다.

△탄엥체 총장: 포스텍은 공학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공대를 없앴다. 이제 공대 교수는 NUS에 없다.

△김 총장: 무슨 말인가. 종합대인 NUS가 공대를 없앨 수 있나.

△탄 총장: 대신 디자인 전공과 합쳐 디자인·공학부(College of Design and Engineering)로 부른다. 이제 공학만이 홀로 설 수는 없으며 디자이너들과 함께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다. NUS는 2019년에 싱가포르 최초의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 빌딩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SDE4(NUS Design and Environment)라는 이 건물은 에너지효율과 환경친화·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디자인과 공학이 융합한 성과다.



△김 총장: 한국 대학 역시 융합 학문에 대한 관심이 크다.

△탄 총장: NUS는 기본적으로 다학제 간 교육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하고자 한다. 많은 대학이 너무 빠른 단계에서 전공을 정하도록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양한다. 입학 후 1년 6개월은 연계 교육을 하고 남은 2년 반 동안은 본인이 선택한 전공 수업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전공 과목이 서로 다른 학생과 교수가 왕성한 교류를 할 수 있다.

△김 총장: 포스텍도 신입생에게 1년 반 동안 다양한 전공을 경험해 보도록 한다. 기초교양 수업과 여러 경험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고 과를 바꾸는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탄 총장: 그게 맞춤형 교육이 아닌가. NUS는 1990년대 이전만 해도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 비중은 작은 교육 중심 대학이었다. 이후 경제·산업의 변화에 맞춰 연구 정책을 강화했다. 특히 의생명과학 분야를 크게 성장시키고자 했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20년간 연구 역량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며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연구 집중 대학이라고 부른다.

△김 총장: 연구에 있어 어떤 점에 비중을 두는지 궁금하다.



△탄 총장: 주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한다. 동료 교수 중 연구에 협력하는 교수들이 더해지면서 융합 연구가 퍼지도록 한다. 이런 점이 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김 총장: 교원 평가는 어떻게 하나.

△탄 총장: NUS의 교원 승진과 테뉴어(65세 정년 보장) 심사 시스템이 경쟁력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수가 (퇴직 전까지) 받는 임금이 600만 달러라는 점에서 착안한 ‘600만 달러의 결정’이라고 부른다.(웃음) 미국 모델을 차용해 무척 진취적이고 주도적으로 움직이게끔 한다. 테뉴어가 되려는 교원은 심사 기한(6년)의 절반이 지나면 성과를 검토해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연구에 대한 질적 관리가 엄격해 연구 영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6개의 추천서도 내야 한다. 16개 학과가 세계 대학평가에서 10위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20위권으로 넓히면 29개 학과가 된다. 다만 학문 분야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한다. 의대는 임상 기간이 있어 정년 보장 심사를 3년 더 연장해 9년으로 한다. 교원의 업적은 반드시 각 학과의 주임교수가 확인해야 한다. 학과는 주요 업적 지표를 지정하고 이 지표를 기준으로 정년 보장 심사를 한다.



△김 총장: 포스텍도 주임교수가 각 교원의 평가를 담당한다. 과학 분야가 연구 성과에 집중돼 있다면 공학 분야는 기술이전이나 창업 등도 일부 감안한다.

△탄 총장: NUS는 젊은 교원들을 유치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인 PYP(Presidential Young Professorship)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봉은 물론 초기 정착 과정에서 연구비도 지원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투자도 해준다. 우수 대학의 연구자들을 초빙하는 큰 기틀이 된다. QS 대학평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학과는 역시 세계 10위 이내의 대학 교원을 유치하도록 한다. 그보다 낮은 학과는 주로 세계 상위 50위 내 대학 출신의 교원을 임용하도록 한다. 현재 50명의 부교수 중 3분의 1이 이 프로그램 대상자인데 앞으로는 젊은 교원 모두 혜택을 받기 원한다. 이런 점이 대학평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김 총장: 포스텍은 연구 중심 의대 설립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지난 25년간 새로운 의대 설립을 단 한 곳도 허용하지 않아 고민이다.

△탄 총장: NUS는 용루린의대(5년 학부과정)와 Duke-NUS(4년 과정 의학전문대학원)라는 2개의 의대가 있다. Duke-NUS는 연구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의사를 양성하고자 만들었다. 수많은 과학 연구 성과를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할 것인지 연구할 수 있는 의사로 키우고 있다.

△김 총장: 그게 포스텍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칼일리노이의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공학 분야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 중심 의대다. 공학과 의학이 긴밀하게 연계된 커리큘럼에서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



△탄 총장: Duke-NUS는 의학 연구에서 탁월하다. 많은 임상과학자를 배출하고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연구에 참여하도록 한다. 연구에 강한 의사를 양성한다. 미국의 듀크대 병원과 싱가포르 일반병원 등과 협업하고 있다. NUS의 전체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도 자극을 준다.

△김 총장: 포스텍은 NUS의 교수들과 많은 연구 협력을 하고 싶다. 지난 5년간 두 대학 교원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은 53편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특히 지난해 대만 칭화대와 공동 연구 콘퍼런스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탄 총장: 포스텍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교수들을 확인해 공동 연구 콘퍼런스를 추진하고 싶다. 최근 한국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아마 한류의 힘이 큰 것 같다. 관련 프로그램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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