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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교도소 담장과 비즈니스 전장(戰場)

해외서 부러움 대상 한국 대기업

국내선 감옥 갈 각오해야 할 처지

수천 개 ‘처벌 돌멩이’ 대폭 정비

정부 눈치 안보고 현장서 뛰게 해야





지난달 1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아시아의 거인 삼성, 3년 만에 세계 1위 탈환 그 강점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매출(94조 1700억 원)을 올려 미국 인텔을 제치고 3년 만에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한 원인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마이니치는 “삼성은 오너가 절대 권한을 가진 재벌 기업의 특징을 살려 최고경영인(CEO)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반도체 부문을 발전시켰다”며 “일본이 주저할 때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결국 세계 정상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오너가 회사 안팎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거액을 투자한 게 삼성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반도체가 밀려난 이유는 (삼성같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반성문을 쓸 정도로 한국 대기업은 세계에서 부러움과 연구의 대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대기업 경영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예비 범죄자’나 다름없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기업인을 범죄자로 모는 법이 줄줄이 만들어졌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를 비롯해 화학물질 관련 규제와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됐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기업규제3법’도 생겼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더해져 기업을 경영하는 것 자체가 잠재적 범죄가 됐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경제 단체가 기업 활동과 관련된 16개 부처의 301개 법률을 분석해보니 전체 처벌 항목 6568개 중 92%인 6044개는 법 위반자뿐만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376개(36.2%)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 제재 수단을 규정했다. 징역과 벌금을 포함해 자격정지·몰수·과징금까지 5중 처벌이 가능한 항목도 60개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온갖 규제에 높은 세금이 대기업을 짓누르고 있다. 현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법인세 부담을 낮추기는 고사하고 ‘대기업 특혜론’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 이후 22%를 유지하던 법인세율을 25%로 올렸다. 대기업 자금을 벤처 시장으로 끌어들여 민간 주도 경제를 만들기 위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누더기가 된 데도 ‘규제 완화·지원=대기업 특혜’라는 왜곡된 인식이 작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가전 등 우리나라 7대 수출 주력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매출 등 규모는 작으면서도 세금 부담은 더 컸다.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이 한국의 2.2배, 평균 자산은 1.3배,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4배 많았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률에서는 우리 기업이 평균 25.7%로 글로벌 경쟁사(15.7%)에 비해 10%포인트 높았다.

열악한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은 해외에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난해 7월 미국 국무부가 17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1년 투자 환경 보고서’ 한국편의 내용은 참담하다.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법을 위반할 경우 벌금이나 형사 기소를 통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CEO들은 안전·노사 등 현안까지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법정행(行)도 각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무부는 그 이유를 소상히 전하면서 이런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담았다.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나 기업인에게는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셈법으로 반(反)대기업 정서를 부추기거나 과잉 처벌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혁신과 투자를 가로막는다. 기업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경제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약속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기업들이 정부 눈치 보지 않고 비즈니스 전장(戰場)에서 맘껏 뛰게 하는 길밖에 없다. ‘신발 속 돌멩이’를 빼내고 ‘기업 발목의 족쇄·모래주머니’를 제거해주고 싶다면 수천 개에 이르는 법령 처벌 규정을 대폭 정비하는 등 눈에 보이는 돌멩이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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