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새 정부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절실합니다.”
정순남(사진)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가 차세대 배터리 연구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미래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한번 이뤄진 이후 전무하다”면서 “전고체 배터리가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도록 연구개발(R&D)가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충전 용량이 기존 배터리보다 2배 이상 크고 폭발 위험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가 무관심한 사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앞선 일본 정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닛산과 혼다·파나소닉 등 자동차·배터리 제조업체에 1200억엔(약 1조175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는 물론 원자재 공급망 문제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진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니켈, 리튬 등 주요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의 불안이 크게 심화한 데다 중국은 리튬, 코발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한국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에서 광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 채널을 동원해 개별 기업의 투자를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활성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SS에는 대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만큼 업계에서는 ESS 시장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 부회장은 “과거 ESS 화재 사건이 잇따르면서 ESS 도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는데 해외에선 전기차보다 ESS 성장률이 더 가파르다”면서 “정부가 국내 ESS 시장 활성화를 막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지산업협회는 원자재 공급난 해결을 주요 과제로 보고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 활성화에 공들이고 있다. 전남 나주에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화 센터’를 세워 국내 최초의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현대차·SK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이 참여한다. 정 부회장은 “사용후 배터리를 쓰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안전성 인증에 대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가 보편화되면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혁기자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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