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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주사, 아이 살리고 싶은데"…부모의 눈물 언제 닦이나

SMA 환자들의 희망 25억 '졸겐스마'

유일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

평생 1회 투여로 증상 진행 막아

국내 허가3종 신약중 편의성 최고

아직 건보 적용 안돼 '그림의 떡'

환자들 골든타임 놓칠까 발동동


“병원 침대에 누워만 있는 아들이 잔디밭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데 어떤 부모가 포기할 수 있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투약해주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못하는 부모 심정은 찢어집니다.”

27일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모(34)씨의 15개월 난 아들은 제1형 척수성근위축증(SMA)를 앓고 있다. 근육을 하루하루 갉아먹는 희귀한 병이다. 김씨는 지난 2월 국민의 힘이 주최한 ‘중증 희귀질환 환우 가족과의 동행 간담회’에서 "평생 한번만 맞으면 SMA를 낫게 해줄 수 있는 졸겐스마가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었다. 기자와 만난 김씨는 “하루라도 빨리 희귀병 진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며 "국내에서 약품 사용이 허가된지 1년이 되어가도록 보험급여 적용 논의에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며 말했다.

김씨 부부는 생후 한 달째 움직임이 거의 없는 아들의 상태가 걱정되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아이가 잘 움직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 태우다 대학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통해 제1형 척수성근위축증(SMA)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SMA라는 진단을 받은 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SMA는 척수와 뇌간의 운동 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 위축이 진행되다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55년간 앓았던 루게릭병과 유사하다. 5q 염색체 내 돌연변이로 인해 생존 운동신경세포1(SMN1) 염색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생존 운동신경세포(SMN) 단백질 생산량이 줄어들고, 척수 내 SMN 운동 신경세포가 퇴화하면서 전신 근육이 점차 약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사와 움직임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문제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신생아 6000명~1만 명 당 약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내의 경우 환자 수가 집계된 자료는 없다.

SMA 질환의 중증도는 백업 유전자인 SMN2 유전자의 복제수와 연관성이 있다. SMN2 백업 유전자 복제수가 적을수록 더 심각한 유형의 SMA일 가능성이 높다. 발병 연령과 신체발달 지표 등에 따라 편의상 4개의 유형으로 나뉜다. 김모군이 앓고 있는 제 1형 SMA는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유형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2세 이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 김씨 부부는 오늘도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 얼굴을 마주했다. 아이는 온 몸에 근육이 제대로 생기지 못해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한다. 자가 호흡도 어려워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의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날 희망이 생겼다. 단 1회 주사로 SMA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약은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다. 졸겐스마는 단 1회 주사 투여로 SMA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유전자대체 치료제로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SMN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SMA 환자 중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이 있는 경우 또는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 이하인 경우 즉, 2형 또는 3형 일부 환자에 사용 가능하다. 졸겐스마는 SMN1 유전자 대체본을 환자의 체내에 넣어주는 정맥주사제다. 유전자를 특정 세포의 핵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벡터(Vector)를 통해 운동 신경 세포까지 옮겨지고, 이후 환자의 몸 속에서 SMN1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단백질을 생성한다. 단 한번만 주사를 맞으면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다. 치료가 간단해 환자들이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 현재 비급여 상태로 졸겐스마 1회 투여 가격은 25억 원에 달한다. 개발사인 한국노바티스가 국내 허가될 즈음인 지난해 5월 졸겐스마의 급여 등재를 신청했지만 1년 가까이 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졸겐스마 외에도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젠)'와 로슈의 '에브리스디(성분명 리스디플람)' 등 총 3가지 약물이 SMA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가장 먼저 국내 도입된 스핀라자는 2019년 4월부터 건강보험도 적용되고 있다. 비급여 기준으로 1회 투여 비용이 1억 2000만 원 상당이던 스핀라자는 건보 적용 이후 환자 부담금이 약 923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치료 시작 후 4회차까지 도입용량을 척수강 내 투여하고, 4개월마다 유지용량을 투여하기 때문에 여전히 치료비 부담이 적진 않다. 게다가 워낙 고가의 약제다 보니 급여 적용 기준을 충족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스핀라자는 유지용량 단계인 5회차부터 매번 투약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발달단계와 운동기능, 호흡기능 등의 임상평가를 통해 투여 유지 여부를 평가하며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급여가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SMA 치료제 중 유일하게 먹는 약인 에브리스디는 2020년 11월에 허가를 받았지만 보험급여 등재가 되지 않아 사실상 처방이 발생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스핀라자가 접근 가능한 약물이지만 평생에 걸쳐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고, 환자 상태 등에 따라 급여 적용이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졸겐스마는 한 번의 치료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25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졸겐스마는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 유럽, 브라질, 이스라엘, 캐나다, 대만 등 40여 개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보험급여도 적용된다. 미국과 영국에서 졸겐스마의 비급여 약가는 각각 210만 달러(약 25억 원)과 179만 파운드(약 28억 2000만원), 일본에서는 1억 6700만 엔(약 18억 970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소아에 한해 본인 부담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김씨와 같이 SMA 환아를 둔 부모들이 애 태우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국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졸겐스마의 보험 기준이 '생후 24개월' 미만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4개월까지 몇 달 남지 않은 일부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1월 국제 학술지 '뇌와 발달' 게재 논문에 따르면 약제 접근성관리 프로그램(MAP)을 통해 졸겐스마를 투여 받았던 국내 2세 이하의 환아 6명은 모두 운동능력이 개선됐다. 한 환자는 운동발달 지표인 CHOP INTEND 점수가 31점에서 62점으로 2배 증가했고, 치료 전까지 하루 16시간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던 한 환자는 투약 6개월 이후 수면 중 8시간으로 줄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평생 1회 투여 만으로 SMA의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가 개발되며 희귀질환 치료가 상당히 의미 있는 발전을 거뒀다”며 “졸겐스마는 여러 임상을 통해 7년 이상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고, 국내 환자에서도 좋은 경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만큼 진단과 치료가 빠르게 연계될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진단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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