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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발전용 LNG값 역전에…한전 울고 가스公 웃어

에너지 대란에 가스가격 고공행진

물가안정 이유로 주택용 단가 동결

매달 가격 반영되는발전용 가격은↑

SMP 치솟으며 발전사 부담 가중

한전, 적자 눈덩이…1분기 6조 예상

가스공사는 매출 81%↑· 흑자 9000억

지난 3월 31일 서울시내 한 주택가의 도시가스 계량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서울시 소매 요금 기준 평균 1.8%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스 요금 인상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오승현 기자




천연가스 도매가격 중 발전용 가격이 주택용 가격보다 높은 ‘단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용 천연가스는 대량 구매가 가능한 만큼 주택용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주택용 가스 요금을 동결하며 발전사와 한국전력이 인상분을 모두 떠안는 모양새다. 그 결과 한전은 1분기에만 5조 원이 넘는 역대 최악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역대 2위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5월 기준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 단가는 MJ(메가줄)당 14원 59전으로 열병합 발전용 도매 단가 18원 3전보다 3원 44전 저렴하다. 이마저도 이달 들어 도매 요금을 조정하며 차이를 줄인 수치다. 4월 도시가스 도매 단가는 MJ당 주택용 13원 36전, 발전용 23원 53전으로 발전용 단가가 주택용의 두 배에 가까웠다.

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내내 주택용 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았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헨리허브 천연가스 6월물 가격은 100만 BTU(열량 단위)당 7.64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2.93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이미 1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자연스럽게 인상분은 발전용 가스 가격에 반영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용 도시가스 가격은 도입 단가, 원가 변동분을 반영해 매달 인상했지만 주택용 가격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발전사들은 가스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주택용 수요는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용 단가가 주택용 단가보다 싼 게 일반적”이라며 “민간 발전사들이 주택용 단가 동결분을 떠안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전력도매가격(SMP)이 2001년 이후 역대 최대치로 치솟은 배경에도 발전용 가스의 도매 단가가 급증한 데 있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인 SMP는 발전소 중 가장 비싼 발전소의 발전 비용으로 정해진다. 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 비용은 석탄·원전보다 비싸다. SMP가 LNG 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LNG 발전의 시장가격 결정 비율은 98.6%였다.

산업부가 5월부터 발전용 가스 가격을 MJ당 23원 53전에서 18원 3전으로 20% 이상 인하하자 SMP도 4월 30일 ㎾h당 200원 34전에서 5월 1일 133원 68전으로 급락했다. 날씨가 풀리며 LNG 현물(스팟) 비용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발전용·주택용 가스 단가를 조정하자마자 SMP가 폭락했다는 점은 주택용 LNG 가격 동결이 SMP, 더 나아가 한전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전체 에너지 믹스 가운데 LNG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4월 LNG 발전량은 12.63TWh로 원자력(12.32TWh)·유연탄(12.59TWh)보다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전인 2017년 4월 전체 에너지믹스 가운데 유연탄(16.40TWh)·원자력(12.67TWh) 발전량이 LNG(7.52TWh)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과 상반된다.

저렴한 원전과 석탄 발전이 기저 전력을 책임져 준다면 에너지믹스에서 LNG 의존도는 줄어들게 된다. 수요가 많은 낮 시간에 발전소를 잠깐 가동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대에는 비싼 LNG 발전소를 꺼둘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 자체가 줄고, 여름철을 앞두고 발전소 정비까지 이어지며 LNG발전의 비중이 커졌다.

늘어나는 한전 적자


한전과 가스공사의 실적은 확연히 대조적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1분기 9126억 원의 흑자를 봤다. 2018년 1분기에 이어 역대 2위의 실적이다. 매출은 무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3%나 증가한 13조979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1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한전은 천문학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증권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전이 올 1분기 5조 72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총액(5조 8601억 원)과 맞먹는 분기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하나금융투자는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을 8조 6570억 원, 올해 영업손실을 30조 3003억 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용과 발전용 가스 단가 역전 현상이 윤석열 정부의 ‘원가주의 요금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전력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가스공사의 이익은 한전의 적자를 담보로 한 것”이라며 “전기위원회에서 전력과 가스를 함께 관리해야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 역시 “민간 발전사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직도입하는 LNG 단가가 가스공사를 통해 사들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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