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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짓는다고 4000억 썼는데…한은, 지방 이전 가능할까 [조지원의 BOK리포트]

통합별관 건축비·임차료만 4000억 넘어

공사 지연 등으로 올 하반기 겨우 완공

전용 특수금고 설치해 타기관 활용 제한

1903년부터 본점 서울에 둔다고 법제화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각 수도에 위치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 현장. 사진=조지원 기자




한국은행 지방 이전은 정말 가능할까? 2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한은 본점을 춘천시에 있는 현 강원도청사 자리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당선 직후 인터뷰 등에서 한은 본점 유치 작업을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 전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이 한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한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본점 이전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한은법 7조는 ‘한국은행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법으로 정해뒀다. 법을 고치지 않고는 한은 본점을 지역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다. 김 의원이 냈던 한은법 개정안은 ‘서울특별시’를 ‘대한민국’으로 바꿔 한은 본점을 대한민국 어디에든 둘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개정안을 발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철회했다.

법도 법이지만 한은은 2015년부터 건축을 추진한 통합별관에 입주조차 못 한 상태다. 한은은 2015년 12월 별관 재건축 설계를 공모하고 2017년 7월 조달청을 통해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서 20개월이나 지연돼 2019년 11월이 돼서야 계룡건설과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체결 당시 기준으로 공사 기간은 28개월로 원래대로면 지난해 3월에 완공됐어야 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지연이 반복되며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입주는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입주한 삼성본관빌딩 앞 / 연합뉴스


건축비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계룡건설과 2832억 원에 공사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시공사 측이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비 314억 원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서울지방조달청에 신청한 상태다. 한은은 통합별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중구에 있는 삼성본관빌딩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은 4년 임차료 642억 원에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2년 임차료 312억 원 등 936억 원을 부담한다. 한은 본점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건물을 짓고도 사용하지 않는 셈이다.

한은이 지은 통합별관을 다른 기관이나 기업이 임대해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한은 본점은 가급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돼 있는데 재건축 설계를 할 때부터 건물 목적 자체를 중앙은행 역할에 특화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화폐수송장과 발권시설은 물론이고 분산됐던 지하 금고도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현재 강남본부로 임시 이전한 한은 금고는 1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관해야 하는 만큼 규모도 크고 보완도 철저하다. 한 한은 직원은 “그만한 금고를 쓸 수 있는 곳이 없는데 통합별관을 임대할 곳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올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 거시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수도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연준법 제10조 4항에 따라 워싱턴 D.C.에 주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일본은행은 일본은행법 제7조 1항에 따라서 도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유럽연합기능조약 부속의정서 제1조 i항에 의거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은행 형태를 처음 갖춰 1903년 출범한 대한중앙은행부터 중앙은행조례를 통해 본점은 서울(당시 황성)에 둔다고 했다.

지방 이전에 따른 인재 이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한은은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와 다른 금융공기업 대비 낮은 처우 등으로 젊은 직원 이탈이 문제가 된 상황이다. 앞서 지방으로 이전한 다른 기관들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비용과 부작용을 감수하고 한은을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균형 발전이 이뤄질지부터가 불확실한 만큼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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