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여파가 자동차 업계와 철강 업체를 비롯해 유통 기업과 건자재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에 모두 적용되는 반도체 업체까지 파업 여파가 미칠 사정권에 포함되면서 재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는 9일 오후 1시부터 20분가량 울산 온산공단 내 고려아연과 LS니꼬동제련 두 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제련소에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세정용으로 활용되는 고순도 황산을 만들어 납품한다. 이날 시위가 반도체 물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지만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추후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반도체 원료를 공급하는 회사에 화력을 쏟거나 항구 등 물류 거점을 봉쇄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은 물론 반도체가 필수품인 삼성전자·LG전자 가전 부문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대체로 제품 크기가 작아서 컨테이너 차량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직 영향은 없는 편”이라면서도 “항구를 막는 등 파업이 장기화되면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이 걸린 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단양·제천·영월·옥계 등의 시멘트 공장에서는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차량 출입이 통제되면서 레미콘 업체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삼표산업의 경우 전국 17개 레미콘 공장이 가동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15곳, 지방 2곳 등 17개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유진기업·아주산업 등도 절반 이상의 레미콘 공장이 멈췄다.
더구나 레미콘 업계는 레미콘 차주들과 운반비 인상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초긴장 상황이다. 특히 경남 지역에서 3주간 파업이 이어진 데다 수도권으로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남의 경우 차주들이 요구하는 운반비 인상 수준이 종전 대비 2배 가까이 올라 레미콘 업체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소주 등 주요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편의점들은 물건을 받기 위해 직접 공장으로 찾아가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발주 수량 제한을 걸어가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편의점 업계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직접 공수’라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어렵게 물량 챙기기에 나섰지만 긴급 투입할 트럭을 확보하는 일은 ‘전쟁’ 수준이다. 이미 계약에 따라 배송 내용이나 시간이 정해진 물류 차량 풀에서 추가 업무 가능한 대상을 섭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주에 이어 제주삼다수 생수 운송에도 차질이 생겼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제주항을 봉쇄하면서 내륙으로 전달되는 루트가 막혀버렸다. 소주와 달리 제주삼다수의 경우 편의점 등 유통 업체들이 직접 공수에 나서기도 어려워 당분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점주들에게 제주항 봉쇄로 삼다수 배송이 중단돼 대체 상품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제주삼다수 2ℓ와 500㎖ 두 종류의 재고 물량이 소진될 경우 ‘백산수’와 ‘아이시스8.0’으로 대체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판매하는 제주삼다수는 대부분의 물량이 제주항을 통해 내륙으로 해상 운송된다. 서귀포항과 삼천포항 등을 통해서도 운송이 가능하지만 제주항의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공사 측은 “제주항이 이틀간 봉쇄돼 운송이 어렵다”며 “장기화될 경우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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