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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물류난에 임금 인상까지…대·중기 막론하고 '곡소리'

■무너지는 자산시장…삼중고에 기업 수익 악화 비상

수출 늘어도 수입원자재값 더 올라 '잘 팔려도 걱정'

화물파업 탓 물류비 치솟고 인건비도 두자릿수 증가

자영업 매물 늘고 대출 부실률 껑충…존폐 기로 몰려





# 국내 대기업 A 사는 앞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회사 안팎의 진단에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그간 우수한 실적을 거뒀고 제품 판매 현황도 비교적 양호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게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노동조합은 최근 호실적을 빌미로 두 자릿수 비율의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은 사업 불확실성 우려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A 사 관계자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대기업이 이럴 정도면 중소기업들은 곡소리가 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내 제조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물류난, 임금 인상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실적 비상등’이 켜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식·채권·원화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속에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너무 악화하자 일부 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들 역시 폐업 속출 속에 절규하는 상황이다. 시장에 점포 매물이 쏟아지는가 하면 대출 부실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기업들을 어려움에 빠트린 첫 번째 요인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국제 유가가 연초 대비 50% 가까이 올랐고 제조 업체들의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니켈·주석·아연 등의 가격도 연초 대비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서너 배씩 상승했다.

수출이 늘어도 수입 원자재 가격은 더 크게 오르니 걱정이 줄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수출액-수입액)에 따르면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액(559억 8000만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6.5% 뛰었다. 국내 수출액(589억 3000만 달러) 증가율 11.2%를 웃도는 수준이다. 무역 흑자 규모는 29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억 5000만 달러)보다 20억 달러나 줄었다.

물류비 부담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주류 업체가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출하량이 평소의 20~50% 수준으로 급감해 올해 상당 폭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회식 증가로 주류 업체가 역대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2분기나 하반기에 부정적인 실적을 거둘까 우려한다”며 “올 초부터 단행한 소주·맥주 출고가 인상도 파업으로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자재 대량 보유로 사정이 그나마 낫다는 대기업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올해 1분기 694만 4000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2%나 올랐다.

실제로 삼성전자 9%, LG전자 8.2%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건비로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 8000억 원을 지출했다.

구인난을 겪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우 급여 인상 외에 주식 보상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건비 부담이 불황 국면에서 언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경우 올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42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네이버는 1분기 인건비·복리후생비를 1년 만에 15%나 늘렸다.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약 24%를 인건비·복리후생비로 썼다. 넷마블은 인건비 지출이 지난해 1분기 1434억 원에서 올해 1868억 원으로 30.3% 늘었다. 11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도 인건비를 대폭 올렸다.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받은 충격은 기업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빚을 내 납품하던 중소기업들은 하반기에 납품단가연동제와 금융 지원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폐업을 하거나 ‘좀비기업’으로 연명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빌려준 금액 가운데 30% 수준인 약 58조 원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점을 예측하기 힘든 원부자재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하반기에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원가 상승에 금리 상승 부담까지 겹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등록된 점포 매물 수는 14일 현재 2175개에 달한다. 이달 말에는 3500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곳의 점포 매물은 올 4월 1592개, 5월 2800개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출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 부실률은 올 1분기 기준 2.2%에 달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은 2년의 거치 기간 동안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면 된다. 이자조차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소상공인 비율이 2%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부실률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분기 0.2%, 2021년 1%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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