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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낙관론이 불러온 폭락…시장선 침체 확률 70~80%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6일(현지 시간) 6월 FOMC 후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의장. 연준 중계화면 캡처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미국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나스닥이 4.0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3.25%, 2.42% 하락했는데요. 다우는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3만 선이 붕괴됐습니다.

어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상승세가 하루 만에 무너졌는데요. 전날 ‘3분 월스트리트’ 말미에 월가에서는 “내일(16일) 증시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어제 발언 자체는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죠. 어제 시장만 놓고 보면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니 파월의 말은 좋고 그럴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뭔가 찜찜한 게 생긴 것인데요. 월가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이바바 인베스터스의 수잔 슈미트는 “투자자들은 한번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 연준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줬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이제 이대로라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오늘은 6월 FOMC 후속과 경기침체 가능성과 “아직 바닥이 안 보인다”는 증시 전망 알아보겠습니다.

“인위적인 대규모 유동성의 시대 떠날 때”…“파월의 말 현실과 달라 그저 자신이 해야 할 말 한 것”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모든 사람들이 제로금리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예측가능한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는 인위적인 세상에서 나올 때가 됐다”며 “우리는 이 시대를 떠나고 있고 그것은 매우 울퉁불퉁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엘 에리언 고문의 얘기를 처음에 드리는 것은 큰 틀에서 유동성의 시대가 가고 긴축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가 됐든 높은 인플레이션에 금리는 올라가고 시중의 유동성은 줄어들고 있으며 투자자금이 증시에서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다시 한번 새기면 전날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시장을 달래주려고 했던 파월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본 좌표가 어디쯤인지 알게 되는데요.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그리고 스위스가 15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깜짝 인상했죠. 영란은행도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가브리엘라 산토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생각보다 더 매파적이며 금리는 생각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며 “이는 정말로 연말이나 내년 초 경기침체의 확률을 높이며 이것이 오늘 시장이 보여주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어제의 증시 상승과 오늘의 폭락을 두고 투자자들은 한번에 하나씩만 반영한다는 분석이 있다. 파월 의장 발언 뒤 올랐다가 다음 날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당일과 다음 날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알 필요가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월가에서는 연준에 대한 의구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크고 유가와 공급망은 연준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파월이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고 분석해 드렸었는데요. 연준의 경제전망치가 낙관적이라는 얘기도 드렸는데, 결국 이 부분이 터진 것이죠.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6월 경기전망을 두고 “현저하게(remarkably)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톰 포셀리 RBC 캐피털 마켓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발언은 존중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 같은 얘기가 자꾸 나오는 건 연준에 상당히 좋지 않죠. 안 그래도 연준의 신뢰도가 깨졌다는 지적이 많은데 갈수록 시장에서 파월의 말에 헷갈리게 되고 진의를 의심하게 되면 더 큰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제 1%포인트를 올렸으면 시장이 믿었겠느냐는 다른 얘기입니다만(반대로 어제 시장이 폭락했을 수 있죠), 이래도 약발이 하루가고 저래도 시장의 믿음이 떨어지니 연준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수석 주식 전략가는 “시장은 경제가 강하다고 한 파월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CNBC는 “파월 의장이 연준은 의도적으로 경기침체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과 경제가 현재 강하다고 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했을 것”이라며 “문제는 경제 데이터들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 같다는 점”이라고 했는데요. 6월 FOMC에서 파월이 “소프트랜딩이 정책 목표(objective)”라고 한 것은 관료들이 정말로 자신이 없을 때 하는 말이라는 해석을 전해드린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위기가 현실화해서 오늘내일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시장의 패닉을 우려해 위기를 위기라고 하지 못하는 것이 정책당국자의 딜레마라는 점을 아시는 것도 연준의 정책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정치권선 침체 불가피하면 빨리 오는 게 낫다”…“이르면 3분기 얕은 수준 침체 확실” 주장도


경기침체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눈에 띄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예측모델을 근거로 2024년 1분기 때쯤까지 침체가 시작될 확률이 72%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그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백악관과 연준이 정치적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고 이 문제로 연준이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거나 최소한 초반에 금리를 대폭 올려서 뒤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좀 있었는데요. 누구도 높은 대출금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대충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 6달러 얘기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셈인데요. 크리스토퍼 웰지엔 텍사스대의 정치 경제학자는 “만약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면 바이든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벌어지는 게 낫다”며 “내년에 침체가 오는 것은 2024년 선거를 앞둔 바이든을 짓누를 것이고 2024년에 발생하면 더 최악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정리하면 11월 중간선거는 이제 포기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올해, 혹은 내년 초에 침체가 되는 게 다음 대통령 선거만 생각하면 나을 수 있다는 건데요. 침체에서 회복하는 시기에 선거가 치러지는 것과 침체 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건 천지차이겠죠.



블룸버그가 자체 예측 모델을 통해 예측한 침체 가능성.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화면 캡처


이 내용을 전해드리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으로만 보면 침체는 빠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백악관과 연준이 침체를 불사하면서 최대한 빨리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코로나19가 조금만 더 늦게 퍼졌더라면 재선에 성공했을 수 있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월 FOMC 이틀 전 내놓은 0.75%포인트 인상 보도와 제가 분석해드렸던 것처럼 정치적 요소나 정책판단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알면 판단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실제 모두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보는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파니기르초글라우가 이끄는 JP모건체이스의 전략가들은 S&P500 지수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85% 정도로 보고 있다는 분석은 내놓았는데요. 지난 11차례의 경기침체 동안 S&P500이 평균 26% 하락했던 것을 바탕으로 했다는데 장마감 후에는 더 커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글로벌 금리전략 헤드는 “경제는 이미 둔화하고 있다. 점도표를 보면 연준은 2024년부터 금리를 낮추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때 실업률이 4.1%까지 올라간다”며 “이 상황을 줄타기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실업률이 올라갈 때는 치솟는 경향이 있고 이는 하드랜딩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요.

현재 웰스 파고는 6월 FOMC 뒤 경기침체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기관마다 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침체가 오느냐, 안 오느냐, 오면 길 것이냐 짧을 것이냐, 침체 정도는 얼마나 강하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데요.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 창업자는 “얕은 수준의 경기침체가 거의 확실하며 3분기에 찾아올 것”이라고 단정한 반면,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절반을 넘는다”며 “최근까지 일자리 창출 개수가 40만개 가까이 되는데 이것은 15만 개 정도로 줄겠지만 이 정도의 일자리만 창출되도 이건 침체가 아니다. 소프트랜딩”이라고 맞섰습니다.

“밀레니얼 부자도 소비 미뤄”…“3만 깨진 다우 바닥 안 보여 vs 장기투자자에게는 기회”


경기침체에 관한 논쟁은 여전하지만 중요한 것은 좋지 않는 데이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밀레니얼 세대(1982년 이후 출생) 가운데 투자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한 CNBC의 밀레어네어 서베이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대출금리가 올라 자동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했고 44%는 주택구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백만장자가 왠 대출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돈이 많으니 대출을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것인데요. 추가로 돈많은 밀레니얼들은 물가 상승에 39%가 외식을 줄였고 36%는 휴가 계획을 축소했다고 합니다. CNBC는 “이들 밀레니얼은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구매를 줄일 가능성이 3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며 “밀레니얼은 주택과 자동차 판매 증가의 핵심동력”이라고 했는데요.

거꾸로 보면 소비 여력이 큰 젊은, 부유층의 소비가 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소비 및 경기둔화의 신호는 또 있는데요. 5월 주택건설이 전월 대비 14.4% 급감한 것으로 나왔죠. 이는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라고 하는데요. 앞으로의 상황을 보여주는 주거용 건물 허가도 5월에 7% 감소했다고 합니다.

휘발유 가격상승과 전반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은 밀레니얼 백만장자의 소비도 줄인다. 부유층의 소비감소가 주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이날 야후파이낸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자동차 산업을 짓누르면서 경기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휘발유값이 계속 오르면 기존 내연차에소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는 전기자동차로 넘어갈 수도 있죠. 내연차 판매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이렇다 보니 증시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기술적으로 시장은 계속해서 약할 것”이라며 “약세장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며 주가가 편안히 반등할 수 있는 지점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다우지수가 3만 선이 깨지면서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설립자인 케이티 스톡턴은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38은 돼야 반등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때가 되면 S&P500은 3500이나 그 밑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날 VIX 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32.9 수준입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올랜도 브라보는 “기술주 분야에 더 많은 고통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 분야는 미래 수익이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다만, 하이타워의 마이클 파는 “약세장은 장기 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는 점도 같이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투자라는 게 정말 어려운데 큰 틀의 시장상황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이런 조건에서는 좋은 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주가지수가 아닌 업체별로는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면 좋을 수 있는 곳들이 있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 예측이 어려울 정도인 만큼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신중해야 할 시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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