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3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발표를 전격 연기했다. 물가와 에너지 공기업 재무 개선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전 측은 올 3분기 1㎾h당 30원 이상의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인상 폭은 1㎾h당 3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료 동결 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결국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측에 연료비 조정 단가 결정을 연기한다고 이날 통보했다. 산업부는 애초 21일 오전 전기료 인상 여부 및 인상 폭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전기료 인상 요인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3분기 전기료 기준 단가는 이번 주 내로 발표할 예정인데 인상 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3분기 실적연료비 인상 방안은 정부 내에서 사실상 확정됐고 추가 인상 여부가 관건이었다. 연료비가 1년 새 두 배가량 뛰었음에도 전기료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한전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 한전은 올 1분기에 1㎾h당 29원 10전, 2분기에 33원 80전씩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고했지만 정부는 두 차례 연속 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한전의 재무 개선은 정책 후순위로 밀리고 물가 상승 억제가 정부 정책의 1순위가 됐다.
부처 간 입장은 엇갈린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요금 인상에 보다 신중한 편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료 결정 주무 부처는 산업부로 돼 있지만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실상 기재부 장관이 전기료 인상을 결정하는 구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며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한전의 추가 자구 노력을 요구했다.
한전은 앞서 16일 정부 측에 △기준연료비 조기 조정 △연료비 조정 단가 상·하한 확대 △연료비 미수금 정산 △요금에 원가 상승 요인 반영 등을 요구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이들 네 가지 요구 사항 모두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이날 경영진의 2021년도 성과급 전액 반납 등 자구안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 자구안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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