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하투(夏鬪)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고물가까지 덮치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노조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뤄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 굵직한 요구사항을 쏟아내며 사측과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굵고 긴’ 임단협을 예고한 현대차 노조는 이날 교섭을 끝으로 파업권 확보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올해 무분규 조기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22일 사측과의 12차 임단협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이 일괄 제시안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노사는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병행하며 협상에 속도를 높여왔으나 신규 인원 충원과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 핵심 의제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오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을 하고 내달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상견례를 통해 올해 임단협의 스타트를 끊은 기아 노조는 올해 현대차 노조와 공동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핵심 요구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외에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차별 철폐) △신규인원 충원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폐지와 연계)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오는 23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다. 상견례부터 요구안 설명, 여름 휴가 등 고려할 경우 8월 중순부터 주요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신차를 포함한 추가 물량 확보 계획도 집요하게 요구 중이다.
지난달 3일 완성차 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교섭을 시작한 르노코리아 노조는 기본급 9만 7472원 인상과 일시금 5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안에 넣었다. 사측이 제안한 ‘다년 합의’는 단칼에 거부했다. 르노코리아 사측은 생산 안정을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치 임단협을 한번에 논의해 타결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3년 동안 매년 기본급을 6만 원씩 인상하고 격려금을 2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려는 속셈”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절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그동안 조합원이 입은 손실액을 회사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향후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자동차 부품기업 만도 노조는 △기본급 24만 2560원 인상 △생산수당 3만 7000원 인상 △고정 성과급 50% 지급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SK하이닉스가 창사 10주년을 맞아 기본급의 200%를 축하금으로 지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만도 역시 한라그룹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조선해양 조선 3사는 2022년 단체교섭부터 공동 교섭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협상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장별 자율권이 없어 교섭이 파행적으로 진행돼왔다"며 "이로 인해 교섭 장기화, 노사갈등, 노노갈등 등 문제가 불거져나왔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지난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통상임금 문제로 회사 측과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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