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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경찰관] 국내 사이버수사 1인자의 꿈…"1호 사이버범죄 프로파일러가 되겠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

"사이버 범죄 끊임없이 연구해야"

"기술 수당 등 지원책 확대 필요"

"사이버 범행수법, 행위태양 흔적 분석"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은 국내 사이버수사 1인자로 통한다. 북한 해킹 조직 등 국가 안보사건부터 성착취 영상물 등 성범죄까지, 최근 사이버상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은 모두 오 계장의 손을 거쳤다. 직접 불법 가상자산 추적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범인을 검거하는 ‘공돌이’ 출신인 오 계장의 목표는 ‘국내 1호 사이버범죄 프로파일러’다. 특허 출원·논문 발표 등 공부하는 경찰로도 알려진 그를 서울경찰청에서 만났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 박형윤 기자




중앙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8년 경찰간부후보 56기 전산통신 직렬로 경찰에 입직한 이후 굵직한 사이버범죄를 해결해왔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오 계장은 2016년 북한 류경동 조직의 해킹 시도 사전 차단을 꼽았다. 2016년 북한의 류경동 조직은 33종의 악성코드와 16대의 공격 서버를 이용해 대기업 2곳의 중앙서버를 장악하고 군 관련 자료 등 중요문서 탈취를 시도했다. 오 계장은 “당시 악성코드 분석을 통해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인지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미연에 방지했다”며 “2013년 3월 20일에 발생한 사이버테러(농협 등 금융기관·언론사 전산망 파괴) 사건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 계장이 해결한 이 사건은 난이도 높은 사이버포렌식 분석과 추적기법이 필요했던 수사여서 국가 사이버안보와 관련된 수사의 BP(Best Practice)로 꼽힌다. 2020년 ‘그것이 알고싶다’에 반영된 온라인 물품사기 원조조직 총책 등 34명을 검거해 그해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장 스타가 된 배경에 대해서도 물었다. 오 계장은 “조직적인 중고사기로 개별 피해액이 작게는 몇만 원씩 소액이 대다수라 경찰의 수사망을 번번이 빠져나간 사건이었다”며 “세탁에 사용된 가상자산 등을 기술적으로 추적해서 필리핀에 은신 중인 주범까지 국제공조로 검거하면서 마침내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2018년 기업의 인사담당자 PC 등 총 6000대를 감염시켜 가상자산을 채굴한 ‘크립토재킹’ 일당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거한 것도 오 계장의 작품이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 박형윤 기자


오 계장의 이같은 성과는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에서 나온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오 계장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2018년 연세대 정보대학원에서 디지털포렌식 공학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계속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사이버 분야”라며 “가끔 힘든 부분도 없진 않지만,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 국가적인 손실을 보면서 더욱 강해지고 더욱 전문적인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불법 가상자산 추적 자동화 시스템을 특허 출원했고 이와 관련 논문을 학국인터넷정보학회와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했다. 오 계장은 “사이버범죄 수사에는 기존 수사에서 가장 중요시 여긴 법적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실체적 진실을 알려면 기본적으로 IT 지식이 필수”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를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 박형윤 기자




공부를 놓지않는 오 계장의 최종 목표는 ‘학계’가 아닌 ‘현장’이었다. 그는 “교수직 등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반바지를 입고 범인을 잡는 일이 가장 신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이버범죄 1호 프로파일러’의 꿈을 밝혔다. 오 계장은 ”사이버범죄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범행수법과 행위태양(Modus Operandi·MO)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며 “이것을 사이버범죄 인텔리전스, 악성코드 프로파일링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게 말하면 기존 전통적인 범죄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교수나 권일용 교수처럼 사이버범죄에 대한 프로파일링 영역이 있는 것”이라며 “국내 최초로 ‘사이버범죄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은 “범인을 열심히 잡겠다”는 열정도 드러냈다. 그는 “최근의 사이버범죄는 다크웹, 가상자산, 메타버스라는 큰 줄기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IT 인프라의 어두운 세계에서 발생하는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뿐 아니라 열정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열정적인 수사관들과 함께 사이버 속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 계장은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게 될 후배 경찰들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분야는 시스템, 디스크, 운영체계, 네트워크, 가상자산 등과 관련 법률지식 등으로 선배들과 일하며 배우는 ‘도제식’으로는 전혀 따라갈 수 없다. 그는 “사이버는 전문 지식 필요하니까 재직 중에 대학원 진학할 기회를 더 확충하고 전문 자격증 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또 특정 전문 자격증을 갖추게 되면 기술 수당을 준다던지의 유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뒷받침이나 당근책 없이는 고도화 되는 사이버범죄 수사 인력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부자(父子) 경찰관인 오 계장은 예비 경찰관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경찰관이셨는데 80년 후반 한참 시위가 많을 때 늦은 밤 기동대 복장으로 퇴근을 하셨는데 땀에 흠뻑 젖어 근무복 상위가 온통 하얀 염분 자국이 인상적이었다”며 “어릴적부터 국민에게 봉사하고 가족을 잘 이끄시는 경찰관 아버지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대학교 졸업 시점에 IT 대기업 취업이 예상되었는데도 자연스레 경찰관을 선택하게됐다”며 “당연한 듯 천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을 꿈꾸는 이들에게 “경찰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사회의 정의를 차근차근 실현하며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명감 있는 직업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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