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세금을 중과하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을 전부 더한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책정해 중저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훨씬 비싼 고가의 1주택자보다 종부세를 더 내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는 유산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수보다 보유 주택 전체의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종부세 체계를 전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택 수 기준은 서울에 대한 주택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종부세의 목적인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은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에게는 0.6~3.0%의 기본 세율, 다주택자에게는 1.2~6.0%의 중과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해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서울 강남 등에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수요를 키워 집값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으로 보면 부자라고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연구원은 주택 수를 고려하지 않는 ‘단일 누진세율’로 현행 법을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 수와 무관하게 0.5~2.0%의 세율을 책정하거나 2주택 이하 0.5~2.7%, 3주택 이상 0.6~3.2%의 세율을 매긴 뒤 점진적으로 단일 체계로 개편하는 안 등을 내놨다.
세 공제에 있어서도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과표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바꾼다면 주택 수에 따라 차등을 두는 공제 제도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1주택자와 2주택자에게는 각 11억 원, 6억 원의 공제액이 적용된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인이 각자 상속 받은 금액별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과세 기준 금액이 줄어 세금이 감소한다.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를,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된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상속 증여세의 공제 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권성오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속세 공제 금액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매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공제 금액을 조정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꾸준히 공제 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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