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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점 위한 공부만…이대론 핵심인재 못 키운다"

[대학혁명 토크콘서트]대학 교육혁신·인재양성

주입식교육에 창의성 발휘 힘들고

학과벽 높아 학문간 융합도 안돼

교수 채용·평가 시스템 개편 시급

획일적 커리큘럼도 차별화 필요

10년뒤에도 적용할 소양 가르쳐야

지난달 30일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조남준(왼쪽부터)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교수와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이광형 KAIST 총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 총장, 남기태 서울대 교수, 이기원 서울대 교수가 교육 혁신과 핵심 인재 양성에 대한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의 족쇄를 풀고 다양성을 꾀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힘들어요.”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엔지니어하우스에서 서울대·KAIST·과총·서울경제가 공동 주최한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미국·유럽·중국 등의 글로벌 대학에 비춰 교육 혁신과 핵심 인재 양성이 뒤처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남준(왼쪽부터)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교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광형 KAIST 총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남기대 서울대학교 교수, 이기원 서울대학교 교수가 30일 서울대학교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우선 오 총장은 “전공과 학과 간 벽이 너무 높아 융합형 인재가 잘 안 키워진다”며 “초중고생들은 틀리지 않는 훈련만 한다. 서울대에서조차 학점을 잘 받으려면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어야 한다는 학생도 있던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복수전공·부전공 학생이 30%가량인데 50~60%로 늘리고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광형 총장은 “KAIST 학생들도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를 잘하는데 그런 공부 좀 그만하자고 한다”며 “신 나는 것을 찾아 삶을 고민하라고 휴학도 길게 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꿈이 작고 뭘 할지 잘 모른다”며 “질문상·독서왕·봉사왕 등을 만들고 미국에 글로벌 캠퍼스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졸업자 중 10개월 정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공을 가르치는 제도도 선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남식 서울예술대 총장은 “유튜브나 메타버스 등을 통해 창작자 경제가 꽃을 피우고 있다”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문해력·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해야 K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적 한류 현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형 KAIST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조남준(왼쪽부터)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이광형 KAIST 총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가 30일 서울대학교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특별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이날 획일화된 문화에서 벗어나 혁신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 회장은 “교수들이 학부 교육은 신경을 잘 안 쓰고 학교도 자원을 많이 투입하지 않는다”며 “등록금 내고 연 2학기씩 정해진 학점만 따면 졸업장을 받는 구조인데 이렇게 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혁신 대학을 표방하는 ‘태재대’ 설립에 관여한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재료공학과 석좌교수는 “난양공대는 70%가 외국인이고 실리콘밸리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시너지를 낸다”며 “한국 대학도 인재 양성과 교원 평가 등에서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 대표는 “인류를 위해 통찰력을 갖고 과학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남준(왼쪽)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교수가 30일 서울대학교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고광본 선임기자와 ‘미국·중국·싱가포릐 대학의 혁신현황과 시사점’에 관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장이 30일 서울대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대학의 패러다임 전환과 창발인재 육성’에 관해 고광본 선임기자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자율성, 중국 대학은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는데 국내 대학은 이도 저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미국 대학은 자율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중국 대학은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연 6조 원과 4조 원 등 예산이 엄청나다”며 국내 대학의 선택과 집중을 역설했다. 이남식 총장은 “연 85조 원 정도의 교육 예산 중 70%가 초중고에 쓰인다”며 “하지만 교육재정 교부금 제도로 인해 초중고 예산은 계속 늘어나는 데 비해 대학 등록금은 14년째 동결된 상태”라고 한탄했다. 서울대조차 기금이 얼마 없고 정부 예산과 등록금에 의존하는데 그나마 기금 운용을 거의 정기예금 외에는 못 하게 해놓았다는 일침도 가했다. 남 교수는 “교육부에서 교육재정 교부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핵심 인재도 그렇지만 소프트웨어든, 제조업이든, 순수과학이든 인력이나 예산이 모두 부족하다”고 전했다.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많았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교수가 문제 해결을 돕는 코칭을 잘해야 하는데 지금 대학의 평가방식·교수법·선발법으로는 어렵다”며 “교수 채용과 평가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테뉴어를 받은 교수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괴짜 등 다양한 창발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창수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부 명예교수는 “서울대의 예산이 연 1조 2000억 원 정도인데 정부가 연 2조~3조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며 “대신 테뉴어 교수들을 연 1~3%는 탈락시키고 총장의 임기는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30일 서울대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대학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의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오 총장은 “현재 대학과 기업 간 교류가 잘 안 된다. 첨단산업 분야는 일부 풀기는 했지만 기업 관계자의 교수 겸직을 못하게 한다든지, 경직된 제도가 많다”며 “미국처럼 기업과 대학을 겸직해 교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교육 목표를 학생의 행복에 두고 10년 뒤 사회와 기술이 변해도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남식 총장은 “우리 대학이 학생 선발권이 없어 모든 것을 정량화하고 입시 부정을 항상 걱정해야 돼 좋은 학생

조남준(왼쪽부터)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교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광형 KAIST 총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남기대 서울대학교 교수, 이기원 서울대학교 교수가 30일 서울대학교 엔지니어 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을 뽑기가 힘들다”며 “우리 대학 교육 체계에서 BTS를 뽑고 가르쳤으면 과연 가능했겠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남 교수는 “반도체 인력 양성 문제라든지, 사회가 요청한 뒤에야 대학이 준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전면적인 학제 개편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에는 정말 필요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대학이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모든 대학이 커리큘럼도 비슷하고 획일적인데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 차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심지어 대학원까지 스펙 위주로 뽑는 무화를 깨야 한다.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성적뿐 아니라 다양하게 폭을 넓혀 인재를 뽑아야 한다(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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