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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유니콘 65곳 중 韓 '0'…기술 있어도 데이터 규제 탓 상용화 좌절

2부. 규제 주머니 OUT

< 8 > AI 패권경쟁 속 아날로그 규제 갇힌 한국

한국의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법 탓

네이버, 中 센스타임 AI기술 활용

개인정보 유출 의혹 집단소송 당해

온라인 문서 학습한 교육스타트업은

저작권법 침해우려 사업 아예 접어

양질의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급선무

현장-정부 자유로운 소통 가능케해야





# 지난해 네이버가 미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소송을 당했다. 라인 메신저와 사진 애플리케이션 B612가 개인의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며 네이버와 계열사 11개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원고는 두 앱 모두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안면 인식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의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로 유출했다고 지적했다.

국대 최대 포털 업체이자 AI 선두 업체인 네이버가 중국 기업의 AI 기술을 사용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작용했다.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 정보까지 개인정보로 포함시킨 규정 때문에 국내에서 광범위한 안면 인식과 이를 활용한 기술 자체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센스타임은 2014년 세워진 기업이지만 중국 정부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면서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확보, 세계 최고의 AI 기업이 됐다”면서 “반면 네이버는 AI 인식조차 없던 시절 만들어진 개인정보보호법에 발목이 잡혀 중국 기업의 AI 기술을 사용하다 결국 국제 소송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날로그 시대의 낡은 법이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의 성장을 막은 셈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물론 저작권법 등 각종 규제에 AI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AI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AI 학습용 데이터가 필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출발도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한 스타트업은 온라인상에서 공개된 동영상·문서 등을 수집해 AI 학습 데이터를 만들었지만 공개된 데이터라도 ‘저작물 창작성’을 그대로 사용하면 저작권법 침해라는 법률 자문을 받고 사업 자체를 포기했다. 해당 저작물에 대한 이용 대금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컸고 공개된 데이터 중 기존 규제에 자유로운 데이터를 골라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원의 AI대응팀장인 이유정 변호사는 “AI 기술을 이용하는 산업 분야가 매우 다양해 기존 산업에 적용되는 법령과 관련 행정 규제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AI처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경우가 많아 AI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AI 기술 경쟁력 수준은 글로벌 선도국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성장하는 기술 수준에 비해 국내 AI 산업 위상은 각종 규제 등에 막혀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행한 ‘2021 국가지능정보화백서’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경쟁력 수준은 선도국(100) 대비 2018년에는 81.6%, 2019년 86%로 꾸준히 향상하고 있다. 올해는 90%까지 격차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I 산업 현황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중국 등 주요 8개국 간 AI 시장 규모를 보면 한국은 5위로 하위권이다. 여기에 AI 기업 수도 미국이 2028개인 반면 한국은 26개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또 AI 관련 스타트업에 지난해 81조 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AI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지만 국내는 전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탄생한 글로벌 AI 유니콘은 총 65곳이지만 한국은 단 한 곳도 없다. 법무법인 린의 조사(2019년)에서도 글로벌 누적 투자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31%는 해당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금지돼 사업을 시작할 수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전문가들은 규제 개혁은 물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 수준에 준하는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 지금의 법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는커녕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AI 딥러닝을 위한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를 정부가 앞장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 기업들이 온라인상 데이터를 가지고 AI를 학습시키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규제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양질의 데이터를 공공화할 경우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AI·데이터 전문 기업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들은 “실효성 있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규제학회 역시 “한국 정부가 공공 데이터 공개 수준이 세계 1위라고 자랑하지만 데이터 활용과 관련 인프라, 민간의 참여 등을 감안해 평가하면 결코 1위가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데이터를 쓸모 있는 형태로 공급하려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 AI 연구 자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며 연방 정부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하는 일을 시작했다. 특히 AI 연구 자원을 구축하는 데 있어 보안, 프라이버시, 시민의 자유,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이런 부분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가 가진 수많은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제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거나 산업 진흥을 위한 데이터청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보면 AI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불투명한 요인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애매한 제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입법부와 자유로운 소통과 조정을 할 수 있는 데이터청 등을 설립해 하나의 제도라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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