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소비 둔화로 올해 한국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금리 상승 역시 기업들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6일 '저물가 시대의 종말: 글로벌 시장 재편과 물가 상승의 신용 리스크'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주요 거시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지난해보다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준홍 S&P 한국 기업 신용평가팀 이사는 올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핵심 위험 요소로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금리 인상 △수요 둔화 등을 꼽았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소비 둔화 리스크가 국내 기업들에게 치명적일 것으로 봤다. S&P에 따르면 국내 가계 가처분 소득은 소득 증가와 함께 다소 늘어났지만 평균 소비 성향은 올해 1분기 64%로 지난해 2분기(70%) 대비 떨어졌다. 박 이사는 "지난해 같은 경우 시장 유동성에 힘입어 가전이나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많았는데 올해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조정을 맞으면서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심리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의 재고 증가도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200대 기업의 재고 수준은 2020년 말까지 200억 원 안팎이었으나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올해 1분기 310억 원을 돌파했다. 박 이사는 "최근 소비가 둔화되는 현상이 추후 기업들의 실적에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겪던 작년보다 더 험난한 영업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기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특히 자동차 산업의 피해도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지만 최근 몇 년간 점유율이 감소해 왔고, 서유럽과 북미 등 기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며 "약 25%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를 기록했던 러시아 시장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며 러시아 관련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이 우량 대기업인 만큼 부정적인 영업환경 속에서도 신용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S&P가 국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총 26곳으로 삼성전자(005930)(AA-, 안정적), SK텔레콤(017670)(A-, 안정적), LG화학(051910)(BBB+, 긍정적), SK하이닉스(000660)(BBB-, 긍정적) 등이다.
이가운데 SK E&S(BBB-, 부정적), 이마트(139480)(BBB-, 부정적), 한진인터내셔널(B-, 부정적)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차입을 통한 대규모 투자 등 그간 공격적인 재무 정책을 펼쳐 왔던 것이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 이사는 "소비 성향이 최근 많이 꺾이고 있는 가운데 차입을 늘려 투자를 하거나 주주 환원을 하는 기업들의 경우 신용도가 하락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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