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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억제… 임기말까지 부채비율 50%대 중반으로 누른다

문 정부 내 GDP 대비 부채비율 14.1% 포인트↑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 경고등

재정수지까지 적자 방치하면 심각한 경제 위기 우려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




“국제 신용평가사와 국제 기구는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위한 노력에 따라 국가신용평가 등급이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최상대 기획재정부 제 2차관)

윤석열 정부의 재정 대계(大計)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서 재정 당국은 국제 사회의 섬뜩한 경고를 전하면서 입을 뗐다. 급증한 나라 빚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내려앉기라도 한다면 급격한 외자 유출을 시작으로 당장의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년간 재정 씀씀이를 돌이켜보면 “(한국의) 중기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피치)”는 외부의 평가를 빈말로 치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나라 곳간에 떠민 빚은 415조 5000억 원에 달하고 그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14.1% 포인트 증가했다. 역대 정권은 통상 5%포인트 안팎으로 채무 증가율을 엄격히 관리해왔는데 그보다 3배는 더 가파르게 씀씀이가 늘었다. 특히 복지 사업 등 한 번 시작하면 없애기 어려운 경직성 사업을 대거 벌인 탓에 당국이 예산을 손볼 여지도 매년 줄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25년 61%로,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에는 67.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나라 곳간 키를 넘겨받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 첫해부터 긴축 재정을 공식화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윤 정부는 채무증가율을 예년의 5~6% 수준으로 설정해 임기 말 채무비율을 50% 중반 선에서 묶어두겠다는 목표를 함께 내놨다. 무역적자로 경상적자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적자마저 방치할 경우 외화 유출 흐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당장 늘어나는 부채를 줄일 순 없더라도 국가 부채를 강하게 통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 외인(外人)의 우려를 덜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당국은 재정 관리를 위해 불필요한 신규 사업을 대폭 줄이겠다면서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대통령 공약사업 조정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국이 추산한 국정과제 이행 비용은 209조 원에 달한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공약 사업을 하나하나 지킨다하면 실제 필요한 예산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가령 병사에게 월급 200만 원을 보장한다면 맞물려 장교와 부사관 봉급까지 올리는 ‘나비 효과’가 발생할 텐데 빚을 내지 않고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리재정수지 -3% 이하로 부채 관리

정부는 새로운 재정 준칙을 통해 씀씀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준칙에서 지표로 쓰인 통합재정수지를 관리재정수지로 대신하고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새 준칙의 뼈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흑자를 보이는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다. 준칙 한도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구속력을 높이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의지가 실제 관철될지는 불투명하다.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당장 야당의 반대를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서민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혹은 여러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서 서민경제 어려움을 풀어나가야 할 시기에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정책이 결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준칙 지키면서 국정과제 감당...내년 예산 과부하

정부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준칙을 반영해 내년 예산을 편성하겠다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부가 내년부터 관리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 예산 증가율을 당초 계획(5%)보다 낮은 약 4%(24조 원) 수준으로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데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단순 계산으로 연간 40조 원에 달해 예산 증가분을 크게 웃돈다. 정부는 기존 사업을 대거 조정해 여윳 돈을 만들겠다지만 그간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연 10조 원 안팎에 불과했다. 예산 당국의 한 관계자는 “준칙을 지키면서 국정과제 사업 예산을 꾸리는 게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라면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삭감한 예산 사업도 다시 되살려야 하는 판이라 당국이 움직일 수 있는 ‘룸’이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국정과제에서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공약 다이어트’가 동반돼야 재정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병사 월급 조정처럼 당장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들이 대통령 공약에 상당수 포함돼있다”면서 “현재 재정 여건에 대해 국민들에 이해를 구하고 선거 당시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놨던 공약은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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