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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일가족의 비극이 남긴 것들

조교환 디지털뉴스룸 디지털편집부 차장





실종 한 달여 만에 바닷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조유나(10) 양.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곁을 지키는 유가족조차 없었다.

조 양 일가족의 정확한 사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힘이 실린다. 집 우편함에는 각종 청구서와 카드 빚 독촉장이 쌓여 있었고 부모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이 사건을 ‘일가족 동반 자살’이 아닌 ‘비속살해’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극단적 선택을 한 부모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을 앗아간 부모의 행위는 명백한 살인이자 최악의 아동 학대 범죄다. 비속살해 범죄에도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이러한 비극이 사라질까. 물론 법으로 강제한다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과 사회적 문제점을 따져보고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느 국가 못지않게 공공 의료 체계가 탄탄하고 의료 기술력도 높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률은 십수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신체적 질병 치료에는 관대하지만 우울증 등 정신적 아픔에는 유독 무관심하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일 것이다.



질병 못지않게 마음의 병도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상태에 이른다. 전화나 화상 상담 등을 통한 비대면 정신과 진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아이들이 부모 없이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는 탄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물론 자식의 생명권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면 안 된다는 인식의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참혹한 비극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위기 가정을 찾아내고 그 위기가 감지됐을 때 아동 살해 의도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기업, 시민 단체 등 민간 주체의 지원을 통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그까짓’ 빚 1억~2억 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소나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거센 폭풍우처럼 느껴질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될 경우 고통은 더 크게 다가온다.

주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사회는 폭풍우를 막을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가 돼줄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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