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 여행지를 바꿀 생각이에요. 멀리 가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48) 씨는 여름휴가를 위해 지난달 국내 숙소와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취소를 고민 중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최근 재유행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계획된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집에 아이가 둘이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마다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을 보이며 감염 우려가 커지자 여름휴가 일정을 미루거나 장소를 변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대목을 노리던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기존의 거리 두기 지침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유 모(58) 씨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제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취소해야 할지 가족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재유행이 올 수 있다는 얘기는 이전에도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8월 초 계획된 제주도 여행을 최근 미뤘다는 박 모(29) 씨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만큼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며 “아버지가 지병이 있는 만큼 아쉽더라도 강행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대목을 기다려온 자영업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박 모(58) 씨는 “확진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당장 손님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갑자기 거리 두기 지침을 다시 시행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서 닭갈비 집을 운영하는 김 모(58) 씨는 “올여름철 시민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대부분은 코로나19 감염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많았던 국내의 경우 미국과 달리 재감염 비율이 1~3%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백신 접종을 1~2회 마친 사람들은 중증 예방 효과가 거의 100%에 육박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 차원에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항체치료제를 조기에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 266명이다. 지난주 같은 요일 확진자 1만 9371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 규모가 8월께 최대 15만~20만 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에게 실시하고 있는 4차 접종을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하고 취약 시설의 경우 요양병원·시설뿐 아니라 장애인 시설과 노숙자 시설까지 접종을 확대하겠다”며 “정부는 대상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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