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수요가 몰린 제주도에서 렌터카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나 업계는 ‘요금 하한선’까지 두자고 나섰다. 렌터카 사업자가 그 이하로 가격을 내리지 못하도록 해 경쟁을 피하겠다는 전형적인 담합 행태다. 가뜩이나 비싼 제주 렌터카 요금에 소비자 불만이 큰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는 입법 추진 등 업계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 렌터카 업체 89개가 소속된 제주도렌터카협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요금 상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렌터카수급조절위원회가 여객운수사업조례에 따라 렌터카 요금 상·하한선을 두면 업체들이 그 범위 내에서 할인율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은 “비수기에는 과당 경쟁으로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받다가 성수기에 비수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3~5배를 더 받아 관광객들이 ‘바가지 요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매년 자정 노력을 해도 비수기 손실을 만회한다는 이해관계에 개선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 렌터카 업계는 2019년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겨 적정 최저·최고 요금을 도출하기도 했다. 당시 산정된 요금은 24시간 기준 경형 2만 3000~4만 3000원, 소형 2만 7000~4만 8000원, 중형 3만 4000~7만 1000원, 대형 5만 4000~11만 원, 승합 4만 4000~10만 6000원이었다.
현재 제주 렌터카 요금제는 업체들이 높은 금액을 신고한 뒤 할인율을 조정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제주 렌터카 평균 신고요금은 경형 9만 원, 소형 12만 원, 중형 17만 원, 대형 24만 원, 승합 21만 원이었다. 최근 렌터카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은 통상 이보다 높게 책정되는 데다 그 마저도 예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하한선을 두고 경쟁을 피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담합에 해당한다. 제주도청에서도 “공정위가 이미 2019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사항”이라며 요금 상하한제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제주 렌터카 업계가 요금 하한선을 두려면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에 근거해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농축산물의 수급 조절 등에 이러한 예외가 적용된다. 하지만 제주 렌터카 업계가 예외를 인정받을 만한 근거 법률이 없는 데다 최근 공정위의 닭고기 담합 제재 등을 고려하면 예외를 인정받기도 극히 까다롭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요금 하한제를 도입하는 주장만으로 담합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실제로 요금제 도입이 추진되는지 업계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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