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예상(25만8000개)을 두 배나 뛰어넘는 52만8000개 증가했다는 소식에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2.86%까지 급등하면서 나스닥이 0.50%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16% 떨어졌는데요.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23% 올랐습니다.
미국의 고용이 강하다는 것은 경제가 생각보다 더 튼튼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경기가 충분히 냉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컵에 물이 반이 있느냐 반밖에 남아 있지 않느냐와 비슷한데 이날 주가지수도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양쪽 세력이 힘겨루기를 했지요. 나스닥과 S&P500도 장중 하락폭을 꽤 만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확실한 것들이 있는데요. 7월 고용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설명 드리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하며 9월 0.75%포인트(p) 사실상 유력 △미국 경제는 현재 침체가 아니며 강하기에 잇딴 금리인상을 이겨낼(연착륙) 수도 있지만 △향후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하다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알아둬야 할 포인트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7월 고용보고서를 집중 분석하면서 향후 금리인상 전망과 점검해야 할 부분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7월, 시간당 평균 임금 다시 상승 5.2%↑”…“9월 FOMC, 0.75%p 인상 뒤 또다른 0.75%p 인상 신호 줄 수도”
7월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되레 0.1%p 내려갔는데요.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2월과 같습니다. 7월까지 증가한 일자리 덕분에 팬데믹 이후 사라졌던 일자리 2200만 개를 모두 회복했는데요. 고용시장만큼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뜻이죠.
구체적인 수치는 많이 아실 만큼 7월 고용보고서가 주는 세부 의미를 짚어보면, 아래 7가지가 핵심입니다.
① ‘경제가 충분히 냉각되지 않아 금리인상 필요’+‘고용과 경제 강해 금리인상 버틸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의미
② 지금 현시점 기준으로는 침체라고 할 수 없어. 일자리 50만 개 넘음
③ 9월 0.75%p 인상 전망. 시장도 연준 인사 발언 아닌 데이터에 좌우
④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에 가깝다” 발언은 사실상 틀림→연준 신뢰도 하락 문제
⑤ 시간당 임금 상승률 재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⑥ 침체 우려 사라진 것 아냐. 연준 정책실수 등 침체 가능성 여전
⑦ 7월 CPI(8월10일)·8월 CPI(9월13일), 8월 고용보고서(9월2일) 등 남아. 데이터에 따라 상황 변동 가능
7월 일자리 수치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몬스터 넘버(Monster number)”라고 했지요. 전문가들도 입이 쩍 벌어진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예상을 두 배 넘는 고용은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를 크게 갖습니다. 일단 경기가 충분히 식지 않았으니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경제가 강해서 올려도 버티겠는데?”라고 보는 것이죠.
탄탄한 고용은 미 국민들의 소비를 유지해줍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합니다. 금리를 올려도 경제가 강하니까 성장을 이어갈 수 있고 한창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닝과 주가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능합니다.
물론 높은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금리는 더 올려야 하겠죠. 연준 입장에서는 그동안 긴축을 해온 게 큰 효과가 없었으니 더 인상을 해야 할테고 강한 노동시장은 추가 금리인상의 구실이 됩니다. 올리기 싫더라도 고용이 강하다며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요.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록버스터급 고용보고서는 고용이 여전히 엄청나게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향후 몇 개월 동안 높을 인플레를 감안하면 9월에 0.75%p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사실 이날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9월 0.75%p 인상을 예측했는데요.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9월에는 0.75%p를 기본 시나리오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지금이 9월 FOMC 날이라면 0.75%p를 올리고 또 한번의 0.75%p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할 수 있다는 신호가 고용보고서에서도 나왔기 때문인데요. 7월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년보다 5.2% 상승해 월가의 전망치(4.9%)를 웃돌았습니다. 6월(5.1%)보다도 높았죠. 앞서 2분기 인건비고용지수(ECI)가 예상을 깨고 1.3% 증가하면서 임금상승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것이 더 강화하게 됐는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최고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은 임금-물가 연쇄 상승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래도 중립금리? 체면 구긴 연준”…“시장, 여전히 내년 금리인하 고수. 경기침체 가능성도 여전”
금리와 관련해 하나 더 꼭 짚어볼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중립금리입니다. ‘3분 월스트리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금이 중립에 가까운 것 같다”고 한 발언을 두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엘 에리언 고문이 “말도 안 된다”며 최소 0.5%p는 높다고 반박했다는 것 기억하실텐데요.
이날 일자리 증가 숫자를 보면 파월 의장의 판단이 틀렸음이 드러납니다. 50만이 넘는, 고용시장이 둔화하지 않는 데도 중립금리(경기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연준의 신뢰도에 또 한번 타격을 주는 사안입니다.
실제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던 시장도 이날은 움직였습니다.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금리수준을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를 보면 이날 오후4시 현재 0.75%p 가능성이 66.5%에 달합니다. 0.5%p(33.5%)를 앞서는데요. 시장도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인 거죠.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가 3.50~3.75%로 어제보다 0.25%p만 올라갔는데요. 9월 0.5%p가 0.75%p로 상향되면서 딱 그만큼만 반영한 겁니다. 이후에는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7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30.9%)이 가장 많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내년 7월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3.25~3.50% 이하, 즉 인하를 점치는 확률을 모두 더하면 59.5%에 이릅니다.
7월 고용보고서에 9월 금리인상 전망폭은 높였지만 전체적으로 더 올리지는 않았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내년에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연준 인사들의 말은 많이 믿지 않으면서 내년 급격한 경기둔화나 침체 가능성에 더 베팅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트 호건 B 릴리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연준이 내년에 피봇을 하고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데 뛰어들었던 이들은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은 내릴 생각이 없는 듯한데요.
실제 7월 고용보고서로 지금 미국 경제가 침체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졌지만 그렇다고 침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7월 고용보고서로 침체 우려는 낮아졌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면서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뒤에 침체에 관한 얘기가 과도하게 많았는데 오늘 일자리 숫자가 나온 뒤로는 침체 얘기가 너무 없다. 여전히 우리가 침체에 빠져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 진입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고용이 아닌 실질 산업생산, 실질 개인소비지출 등의 지표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약한(mild) 경기침체를 겪을 것 같으며 18개월가량 지속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고용지표가 나온 후 2년과 10년물 국채 금리역전 폭도 0.361%p에서 0.385%p로 커졌죠.
연준의 정책실수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게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요.
수차례 말씀 드리지만 인플레이션이 핵심입니다.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실질 구매력은 감소하고 연준의 과잉대응 가능성이 커집니다.
9월 FOMC 전 핵심 데이터 3개 더 남아…CPI 주목하는 시장 다시 목소리 내는 약세론자들
그래서 상황은 더 봐야 합니다. 특히 단기적으로 보면 9월 FOMC 전까지 핵심 데이터가 3개 남았는데요. 7월 CPI(8월10일)와 8월 CPI(9월13일), 8월 고용보고서(9월2일) 등입니다. 7월 고용보고서처럼 각각의 숫자가 나왔을 때 상황이 추가로 급변할 수 있는데요. 오늘 고용지표로 다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CIO는 “CPI 데이터가 핵심이며 수치가 엄청날 것”이라며 “상품 부문의 물가압력은 낮아지겠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 7월 헤드라인 CPI 수치를 전년 대비 8.7%로 예상하는데요. 6월 9.1%에서 8.7%로 떨어지긴 합니다만 이를 두고 대단한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8.7이라는 숫자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이죠.
증시만 놓고 보면 약세론자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S&P500이 지금보다 최소 8% 떨어질 수 있다”며 “베어마켓은 좋게 끝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하며 이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반면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리는 이날도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말까지 S&P500이 4800을 찍을 것”이라고 낙관했는데요. 조나단 크린스키 BTIG의 기술 분석가는 1950년 이후 베어마켓 랠리를 분석한 결과 S&P500이 4231을 돌파한다면 지난 6월16일이 이번 사이클의 바닥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지난 3일에는 강한 서비스 지표에 열광했다가 4일에는 실업급여 청구건수 증가에 움츠러들었다가 5일은 강한 고용에 엇갈린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이고 나쁜 소식이 좋았던 데서 다시 좋은 소식이 좋은 것이 됐다가 이것이 또 변하는, 해석이 어려운 상황임은 명확합니다.
또하나 눈여겨 볼 게 이날 시장에 데뷔한 매직 엠파이어 글로벌은 주가가 기업공개(IPO) 가격보다 무려 2325% 폭등한 주당 97달러에 마감했는데요. 매직 엠파이어 글로벌도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입니다. AMTD 디지털 이후 이상 폭등세가 또 다시 나타난 사례죠. 변동성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7월 FOMC 전후로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7월 FOMC는 매파적 기본입장에 비둘기파적인 냄새를 풍겼고 △연준은 침체를 불사하더라도 인플레를 잡을 의지가 있으며 △증시랠리는 시장이 잘못 읽은 것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이를 확인했으나 투자자들은 믿지 않음 △연준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으며 금리인하 고려는 강력한 침체일 때만이라고 전해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며, 인플레가 얼마나 떨어지느냐라고 초기부터 짚어드렸는데요.
당분간 전반적인 그림은 거시경제 지표와 수치, 이중에서도 CPI 같은 인플레 수치가 이끌어 갈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오르내리는 시장 상황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통화당국의 정책방향과 속내, 거시경제를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 시간을 놓치신 분들은 생방송 뒤 기사에 첨부되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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