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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우회로·운항 축소도 검토…'원산지 변경' 불똥 튈까 비상

['대만사태'에 바짝 긴장한 기업들]

中군사훈련 끝났지만 긴장감 지속

하루 300척 통행 대만해협 막히면

해운 물류난 심화…공급망 또 흔들

일부 기업선 원산지 표기 변경 돌입

직항편 막혀 여객기 8시간 지연도

'칩4 동맹' 맞물려 차이나리스크 가중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긴장 상황이 계속되며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만 일대를 우회 중인 해운과 항공사, 대만산 부품을 사용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 모두 사태의 확전 양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을 포위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이 이날 끝났지만 대만해협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도 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군사 활동을 상시화하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간선은 1955년 설정된 중국과 대만 사이의 비공식 해상 경계선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먼저 해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해협에는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주요 항로가 몰려 있어 이곳을 오가는 화물선만 해도 하루 평균 300척에 달한다. 중국군의 군사 활동이 계속될 경우 해운 업계가 대만해협을 오가지 못하며 물류 지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미 항만 정체와 물동량 증가로 세계적인 해운 물류난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만해협의 긴장이 더해지면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국내 해운 업계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마련에 나섰다. 4일부터 계속된 군사훈련 기간 SM상선·팬오션(028670)·고려해운 등 아시아권 노선을 운항하는 해운사 대부분이 대만을 돌아가는 경로로 화물선을 우회시켰다. 컨테이너선 11척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HMM(011200)도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의 대만 직항편이 취소돼 그 여파가 해운 업계에도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당장 피해를 입은 선사는 없지만 상황이 길어지고 군사훈련 항로가 넓어지면 애로 사항이 생기고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일부 해운사는 운항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업계도 주요 항공편의 운항에 추가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중국 정부가 대만 영공을 사실상 봉쇄함에 따라 5~6일 대만행 직항편 운항을 취소했고 7일에는 각각 1시간, 3시간씩 출발 시간을 늦췄다. 대만 영공을 통과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로 가는 항공편은 최대 1시간 30분이 더 걸리는 경로로 우회시켰다.



대만 영공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항로인 만큼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여객과 화물 노선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우회 항로에 항공편이 몰리면서 비행기 출발 시간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로 베트남 하노이를 떠나 한국으로 오는 비엣젯 여객기의 운항이 8시간이나 지연되고 제주항공(089590) 화물기의 출발이 6시간 넘게 늦춰지는 사례도 이미 발생했다.

중국 현지에서 대만산 부품과 완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대만이 원산지로 표기된 부품을 수입할 경우 해당 부품을 전면 압수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만산 제품과 부품 수입을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전자 업체 애플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 협력사에 ‘메이드 인 대만’이라는 표기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국 본토에 있는 한국 제조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대만에서 출하를 마친 제품의 포장을 모두 뜯어 원산지 표기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산지 표기 변경 등에 따른 재인증도 필요해 시간이나 비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대만산 부품 의존도가 높지 않은 데다가 대만의 중국 현지 생산품으로 대체할 수도 있어 당장은 버틸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미중 갈등이 격화돼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고도화되면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특정 지역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 조치는 ‘맛보기’ 수준의 대응일 수 있어 확전 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서 대만산 부품을 일부 쓰는 게 있지만 충분히 대체 가능한 수준”이라며 “중국 당국에 대만산을 쓰지 말라는 통보를 직접 받은 바는 없으나 기업 사이에 긴장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칩4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하는 동맹의 성격이 큰 만큼 가입이 불가피한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고 보도하는 등 경제 보복을 노골적으로 예고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칩4 가입을 두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보복 수위를 한층 더 높인다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현지에 생산 시설을 둔 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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