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北 떨게 한 'K-전자방패’ …韓, 40년만에 세계 7대 전자전 강국 도약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증보판]

전자전 국산화 이룬 ADD와 LIG넥스원의 집념

국군, 70년대 北 미사일 위협에 노출됐지만

미국 전자전 장비 구입 어렵자 국산화 추진

40년만에 세계 7~8대 강국 수준 기술 확보

육해공군 넘어 우주영역으로 R&D 확장중

자주국방 이어 해외수출로 전성기 기대돼

전자전 등을 연습할 수 있도록 개발된 우리 해군의 다목적훈련지원정의 모습. 해당 함정에는 전자전훈련지원체계인 ‘MTB-EWT’가 탑재돼 있다. 이는 아군함정의 전자전 훈련지원을 위해 레이다 신호 모의, 재밍신호 모의, 전자파 신호수신 및분석, 전자표적 제공 등의 훈련이 가능하도록 전방향 위협신호를 수집해 분석하고, 위협 레이다 신호 및 재밍신호를 상대함에 제공하는 장비다. 사진제공=LIG넥스원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자전운용체계 개념도. 항공기, 전투함, 지상장비 등에서 전자파를 쏘아 적의 레이더 탐지, 위성감시, 통신, 미사일 공격 등을 무력화한다. 또한 전자정보수집기를 통해 적의 전자신호 등을 수집한다. /자료출처=2016 국방과학기술조사서


“불과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해군 초계함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북한과 대치하다가도 북측의 미사일 고속정이 출항하면 곧바로 물러나야 했어요. 적함이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 48마일(77km) 이상 거리에서 ‘스틱스 대함미사일’을 쏘면 속수무책이었거든요.”(예비역 해군 제독)

“우리 공군은 베트남전 참전 이후 미국으로부터 F-4펜텀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북한의 미그기에 대한 열세를 상당히 만회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군 독자적으로는 유사시 제공권을 장담할 수 없었어요. 북측이 깔아놓은 소련제 대공미사일들에 얻어맞을 수 있었으니까요." (현역 공군 간부)

1980년대까지 우리 해·공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소련이 1960년대 및 1970년대부터 북한에 다양한 미사일들을 북한에 대거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틱스, 샘릿(Samlet) 등의 대함미사일과 SA-125(나토명 SA-3)을 비롯한 대공미사일이 위협적이었다. 북한은 중국의 대함미사일 ‘실크웜’을 개량해1970년대에 자체 조립생산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등을 재밍해 회피할 수 있는 전자전장비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옛소련이 개발한 대함미사일 스틱스가 전투함에 탑재된 모습. 북한도 1960년대 및 1970년대에 걸쳐 스틱스 미사일을 공급 받아 무장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40여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대한민국은 전자전 기술 분야에서 세계 7~8위권의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우리 군이 바다와 공중에 나서면 북측은 제해·제공권을 완전히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측 주요 전투기, 전투함들이 강력한 전자전 장비들을 갖추고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레이더들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요 전자전장비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관 하에 해당 분야에서 40여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전자전체계 명가인 LIG넥스원 등이 호흡을 맞춰 개발했다. 특히 지난 7월 19일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대한민국 전자전장비 차원에서도 대도약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해당 전투기에는 ADD의 기술로 LIG넥스원이 개발한 첨단 전자전 장비가 탑재됐다. 바로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다. 이는 각종 전자전장치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합쳐서 전투기에 내장하는 최첨단 기기다.

한때 전자전 장비의 해외 수입조차 어려워 전정긍긍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고성능의 전자전장비를 국산화한 기술 강국이 됐다. 이번 군사이야기는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군을 지키는 ‘전자 방패’인 국산 전자전장비들의 개발사를 되짚어 본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지난 7월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며 성공적인 첫 비행시험에 나서고 있다. 해당 전투기에는 국산 전자전 장비 등이 탑재돼 있다. 사진제공=방사청




◆전자전 장비가 뭐길래

전자전을 쉽게 풀이하자면 전자파 등을 쏘아 적을 교란시키고, 아군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적의 레이더, 통신기기, 무기 탑재 센서 등과 같은 각종 전자장비·무기의 정상적인 작동을 교란하거나 마비·파괴하는 공격적 개념(전자공격·EA)과 아군의 전자무기·장비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적 개념(전자보호·EP)을 포괄한다.

전자공격 및 보호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전자적 지원(ES)’ 활동도 전자전 활동의 일환으로 정의된다. ES란 쉽게 말하자면 감청 및 전자파 수집 등의 활동 등을 뜻한다. 즉, 평시 및 전시에 적의 전자파를 비롯한 전자기 신호를 수집해 내용을 분석한 뒤 적인지 아군인지, 혹은 어떤 종류의 무기·장비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기술고도화로 변화하는 전자전 패러다임의 변화 소개도. 자료제공=LIG넥스원


KF-21보라매에 탑재된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의 주요 기능 운영개념도. 자료제공=LIG넥스원


전자전 장비란 이들 3가지 군사 활동인 전자공격, 전자보호, 전자지원 기능을 하는 기기를 뜻한다. 해당 장비를 개발해도 적 장비·무기를 식별할 전자기파 정보 등에 대한 방대한 DB가 축적돼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DB가 없으면 전자전 장비로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 신호를 수신해도 아군 측인지, 적군 측인지, 혹은 자연발생 전자파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의 전자파신호 등을 수집하려고 해도 자칫 상대편에 들키면 군사적 마찰이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탓이다.

이 같은 기술적, 지정학적 난관 탓에 전자전장비를 국산화해 자주적으로 운용하는 나라는 서방권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최고 핵심 우방에게조차도 해당 기술 및 전자파DB 공유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이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전자전 장비를 국산화해 육·해·공군에서 자주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퇴역한 구형초계함 포항함((PCC-756)이 운항하던 모습. 2021년 9월 8일 진수한 신형 호위함이 함명을 이어 받았다. 포항급 초계함에는 최초로 국내 제작된 전자전장비인 ULQ-11K가 탑재됐다. 사진제공 해군


여기에는 개발실패 및 예산부담 등의 리스크를 감내하고 보수·진보정권을 넘어 초지일관 국산화를 추진한 우리 정부의 결단이 뒷받침됐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ADD, 수익성 저하를 감내하면서까지 연구개발에 뛰어든 LIG넥스원 등 방산업계의 노력이 대한민국을 전자전 강국으로 이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방제품 사업은 개발단계에서 투자비용이 들어 밑진 것을 제품 양산·판매 수익을 통해 만회하는 구조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국방분야 제품 중 전자전장비는 군의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양산물량이 적거나, 아예 양산 물량이 없이 소량의 시제품이 납품되고 종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만큼 기업 입장에선 밑지는 장사이지만 국가전략기술을 개발한다는 사명감으로 개발사업에 투자해왔다”고 전했다.

우리 해군의 포항급 초계함(PCC) 모습. 1970년대부터 한층 고도화된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자 국내 최초로 제작된 함정용 전자전장비 'ULQ-11K'를 탑재하게 됐다. 사진출처=나무위키


◆바다에서 탄생한 ‘K-전자방패’…2세대 넘어 3세대로 진화

우리 해군은 1970년대부터 서해 등에서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이 가중되자 적의 미사일을 교란시킬 장비를 요구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전자전 장비 국산화가 첫 발을 내딛게 됐다. 1970년대 개발을 개시해 1980년대 완성된 함정용 재밍장비 ‘ULQ-11/12K’다. 당시 전자전 기술에 대한 원천 노하우가 없던 우리 당국은 외산 장비를 기반으로 한국에 맞게 개량개발하기로 한다. ADD가 사업을 주관했고, 금성정밀공업(현재의 LIG넥스원)이 제품 완성을 맡았다. 이를 통해 탄생한 제품이 ‘ULQ-11/12K’였다. 당시 주요 초계함 및 호위함 등에 장착돼 적의 대함 미사일에 무방비였던 우리 해군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다만 ULQ-11/12K’는 외산 장비를 기반으로 개량 개발한 탓에 우리의 작전환경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았다. 첫 국산품인 만큼 기능면에서도 당시 해군의 요구도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군은 이후에 확보한 국내 최초의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에 ULQ-11/12K가 아닌 수입 전자전장비를 달기로 결정했다. 해당 외산 장비명은 'APECS-II'였다. 그러나 이후에 문제가 생겼다. 해외의 'APECS-II'제조사가 경영상 문제를 겪게 된 것이다. 우리 해군으로선 고장이 나도 수리조차 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함정용전자전장비 소나타의 주요 구성품. 자료제공=LIG넥스원


ADD가 개발한 함정용전자전장비 소나타(SONATA)에 의해 재밍된 상대편 레이더의 모습. 재밍 전(왼쪽 사진)에는 해상의 선박과 물체들이 각 위치별로 정확히 점과 선으로 표시되지만 재밍 후(오른쪽)에는 소나타 장비가 쏜 방해전파로 레이더화면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뿌연 전자잡음신호로 가득하다. 이미지 출처=ADD웹진


APECS-II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된 해군은 다시 국산 전자전장비 개발을 요청한다. 그 덕분에 전자전 분야에서 기념적인 사업이 1980년대 후반 시작된다. 최초로 외산 제품 개량이 아닌 순수 국산기술로 전자전 장비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해당 장비는 2000년 개발 완료된 ‘SLQ-200’이다. 별칭으로 소나타(SONATA)라고도 불린다. 개발사업은 ADD가 주관했고, LIG넥스원(당시 사명은 금성정밀)이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뒤 양산했다.

소나타는 해상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레이다의 전파를 탐지하고 신호 특성 및 위협도를 분석하는 정보탐지 기능(ESM)을 갖췄다. 또한 아군 함정을 향해 원거리에서 여러 방향으로 공격해오는 미사일에 대해 고출력 방해전파를 쏘아 아군 함정을 맞추지 못하도록 재밍하는 전자공격 기능(ECM)을 겸비했다.

ADD와 LIG넥스원은 소나타에 당시로선 세계 최초 및 최신 수준의 기술을 응축시켰다. 우선 세계 최초로 ‘자체동조형 방향탐지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덕분에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을 빠르게 탐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대기 중에 복잡하게 날아다니는 각종 전자파 신호들 사이에서 미사일 전자파 신호만을 정밀하게 식별해내는 ‘징표 분석기술’이 적용됐다. 적 미사일, 레이더 등의 주파수를 교란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방해전파 주파수를 디지털 방식으로 신속하게 맞춰주는 ‘적응성 재밍기술’, 방해전파를 고출력으로 쏠 수 있도록 하는 ‘다중 빔 배열 송신 기술’도 개발해 소나타에 구현했다.

소나타의 시제품의 시험평가 당시 참관했던 관계자들은 뛰어난 성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특히 2000년 7~11월 우리 해군의 구축함인 ‘강원함’ 등에 소나타를 장착해 정박시험 및 해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강원함을 쫓던 여러 대의 레이더들이 소나타의 재밍 공격으로 무력화됐다. 강원함을 쫓던 레이더들이 소나타의 방해전파를 받아 강원함을 탐색·식별·추적할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 1함대가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을 운용 중인 모습. 광개토대왕함에는 최초로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된 함정용 전자전 장비 소나타(SONATA)가 탑재됐다.


소나타라는 별칭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다. 당시 국산 고급 승용차의 대표주자는 단연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였다. ADD 등 개발담당자들은 국내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한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 ‘쏘나타’승용차처럼 성공적인 국산 전자전제품을 만들자는 뜻에서 소나타(SONATA)로 별칭을 정했다. 아울러 해당 별칭의 각 영어 철자를 앞 글자로 풀어서 ‘Sea Operational system for Navy Acquisition & Tactical Attack(해군 획득 및 전술공격용 해양 운용체계)’이라고 뜻풀이를 펼쳐놓았다. 소나타는 개발진의 바람대로 그 이름값을 했다. 성능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현재까지 사용될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

함정용 전자전장비는 이제 다시 한 번 대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5월 30일 우리 정부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함정용전자전장비-Ⅱ’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총사업비 7200여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기존의 소나타를 대체할 신형 장비를 개발하려는 차원이다. 이로써 우리 해군의 해상 전자방패는 1세대인 ULQ-11/12K와 2세대인 소나타에 이어 3세대로 진화하게 될 예정이다. ADD는 3세대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기술들을 10년이 넘게 착실히 준비해 왔다.

앞서 ULQ-11/12K와 소나타를 제작했던 LIG넥스원이 ADD 주관의 핵심기술과제를 수행한 기술을 기반으로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함정용전자전장비-Ⅱ에는 단순히 기존 소나타를 개량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종을 창조하겠다는 각오로 도전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고, 기존보다 넓은 광대역의 전자기파 주파수대역으로 다변화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함정용전자전장비-Ⅱ가 매우 낮은 세기의 전자기파로 은밀하게 활동하는 잠수함의 저피탐 레이더(LPI)는 물론이고, 다양한 주파수대역의 전자기파를 동시에 쏘아 물체를 탐지하는 에이사(AESA)레이더의 신호까지도 정확히 탐지·식별해 전자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고 LIG렉스원측은 각오를 다졌다.

ADD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ALQ-88K /AK 전자전포드. 국내에서 최초로 제작된 항공기용 전자전장비다.


◆소리 없이 아군 지키는 ‘하늘의 수호신’

국산 전자전장비의 시초는 바다에서 시작됐지만 그 최신기술은 창공에서 만개했다.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용 전자전장비의 국산화가 지난 40여년간 급속히 진행됐다. 그 단초가 된 제품은 ‘ALQ-88K’였다.



대한민국 공군은 베트남전 참전 후 미국이 최상위급 동맹국에만 제공했던 하이급 전투기 F-4팬텀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해당 전투기에 장착할 전자전장비만은 최상급 기밀기술이라는 이유로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 F-4팬텀은 1970년대 세계 최강의 전투기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점점 고도화돼 가는 대공미사일을 재밍 장비 등의 보호 없이 회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군과 ADD는 국내에서 항공기용 전자전 장비를 직접 만들기로 결단을 내린다. 앞서 개량개발방식으로 함정용 ULQ-11/12K를 개발한 경험이 있던 ADD가 사업을 주관했다. 시제품 제작은 LIG넥스원의 전신인 금성정밀이 맡았다. ADD와 금성정밀은 약 7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1990년대초에 완성품을 내놓았다.

공군 F-4 팬텀 전투기 비행 장면. 최초의 국내 생산 항공기탑재 전자전장비인 ALQ-88K는 F-4 팬텀에 탑재됐다. 사진제공=공군


어렵게 시제품 완성에 성공했지만 난관에 직면했다. 공신력 있는 시험평가기관에서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데 당시 미국이 시험평가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ADD와 금성정밀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서 시험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육군이 보유한 나이키, 호크 미사일을 대상으로 재밍 및 회피성능에 대한 시험평가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험비행 당시에는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던 우리 기술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곳들이 많아 시험비행을 진행할 파일럿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기도 했다. 그럼에도 종국적으로는 대구기지에서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ALQ-88K는 미국산을 개량한 것이지만 단순히 껍데기만 조립해 만든 제품이 아니었다. 당시 ADD와 금성정밀은 핵심 부품 등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까지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한층 성능이 향상된 ‘ALQ-88AK’를 후속으로 개발해 우리 공군의 F-16전투기 등에 탑재할 수 있었다. 해당 제품 개발 당시에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용비행프로그램(OFP)까지도 국산화했을 정도로 우리의 기술이 축적된 상태였다. 부품의 국산화율도 약 70%(가격 기준)에 이르렀다.

비행시험인증은 1991년 7월 대구기지에서 공군 제 11전투비행단이 진행했다. 무려 중력의 무려 9배에 이르는 9G의 혹독한 중력가속도로 비행시험이 진행됐다. F-4팬텀 및 F-16전투기 등에 장착해 총 32회나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시험은 시험전투기 1대가 동시에 무려 8대의 미사일과 교전하는 다중위협시험 방식이었다. 무려 1대 8의 대결에서 시험용 비행기는 무사히 적의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해당 전투기를 겨눈 미사일의 레이더는 ALQ-88AK의 방해전파를 받고 완전히 추적기능이 차단되는 상태에 빠졌다. ALQ-88AK의 실전적 성능이 입증된 순간이었다.

ADD와 LIG넥스원이 2000~2004년에 총 1274억원의 예산으로 개발한 ALQ-200 전자전포드(사진제공 ADD)


ADD와 LIG넥스원(당시 사명 LG이노텍)은 2000년대에 들어 신형 항공기용 전자전장비 개발에 나선다. 개발 당시 프로젝트명은 ‘ALQ-X’였고, 개발완료 후 완성품 명칭은 ‘ALQ-200’으로 명명됐다. ALQ-200은 우리 공군의 KF-16전투기와 RF-4C 항공기에 탑재돼 적의 위협 레이더 및 미사일을 재밍하여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ALQ-200의 개발은 국내 방위산업역사에서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핵심 원천기술인 ‘RF재머’의 개발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확보한 RF재머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최초의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를 완성하는데 큰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KF-21 보라매 시제기의 모습. 사진제공=KAI


KF-21보라매에 탑재된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의 주요 구성품. 자료제공=LIG넥스원


ADD와 LIG넥스원은 2016년부터 KF-21에 들어갈 통합전자전장비(EW SUITE)의 개발에 본격 착수해 시제품을 완성했다. 현재는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EW SUITE가 기존에 국산화된 ‘ALQ’시리즈와 차별화되는 3가지는 내장형, 통합형, 경량화다.

기존에는 국산 전투기가 없어 미국의 전투기에 부착해야 했기에 ALQ시리즈를 외장형 포드 형태로 국산화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외장형은 내장형보다 무게가 무겁다. 또한 비행중 외부에 노출돼 공기저항을 높기 때문에 전투기의 항속거리와 기동성능을 저하시킨다.

반면 EW SUITE는 우리 손으로 만든 KF-21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무겁고, 비효율적인 외장형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KF-21 개발 초반부터 주요 전자전 장비를 내장하는 것으로 설계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우리 입맛에 맞게 마음껏 전자전 기기들의 제원을 정하고, 디자인해 시험할 수 있게 됐다.

KF-21보라매에 탑재된 EO TGP 및 EWS 개발소개 자료. 이중 EW SUITE는 레이더경보장치, 채프 및 플레어 투발 등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투기에 내장됐다. /자료제공=방위사업청


각고의 노력 끝에 EW SUITE는 마침내 국내 최초로 내장형 항공기 전자전장비로 개발될 수 있었다. 여러 기능이 하나의 장비로 통합된 덕분에 내장을 하더라도 비행기 내부 공간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EW SUITE 자체의 무게 자체도 기존 외장형 전자전장비 대비 절반가량으로 경량화해 전투기의 탑재중량 부담을 덜게 됐다.

EW SUITE는 미사일 탐색기의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전자방해 전파 송신, 채프·플레어 등의 전자전탄 살포 등을 통해 적의 위협을 교란한다. 이를 통해 전투기의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최첨단 장비다. 특히 국내 최초의 전투기 기반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구성 장비의 통합운용 및 위협신호의 탐지 및 식별을 위한 ‘EWC-RWR(Electronic Warfare Controller-Radar Warning Receiver) 제어기’ △고출력의 전자방해 전파를 송신하는 ‘RF Jammer(Radio Frequency Jammer)’ △채프 및 플레어탄 등을 살포하는 ‘CMDS(Counter Measure Dispenser System)’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연동했다. 그만큼 효율성과 시너지가 극대화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산·학·연·군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KF-X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는 해외 선진국의 장비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최첨단 무기체계”라며 “범국가적 과제인 KF-21의 성공적 개발 완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지상전술용 전자전장비-II'의 운용개념도. 자료제공=LIG넥스원


ADD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지상용 전자전장비 TLQ-200K의 시험운용장면. 적 전술 · 지휘통신망 신호를 탐지, 방탐, 감청하고 필요 시 적 통신망을 교란하는 통신 전자전장비다. 사진제공=LIG넥스원


◆전자파 수집·교란, 육상 전자전을 넘어 우주로

대한민국의 전자전장비 기술은 한층 다변화되고 있다. 공중과 바다 뿐 아니라 육상으로도 확산됐다. 특히 ADD와 LIG넥스원은 육군의 ‘지상 전술용 전자전장비-II’를 개발해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육군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도입된 전자전장비를 사용해왔다. 이를 대체해 ADD와 LIG넥스원이 2005년~2011년 국내 최초의 지상전자전체계를 개발에 전방에 보급한 것이다. 우리 군은 적의 지휘통신망을 수집하고 통신을 교란시키는 능력을 한층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공군의 전자정찰기 '백두'의 비행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보다 정교한 전자정보 수집은 주로 공중 정찰기 등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우리 군은 1991년 일명 ‘백두·금강 사업’을 통해 백두정찰기 4대를 도입했다. 해당 정찰기에는 적의 전자장비 주파수 대역 등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는 전자정보수집(ELINT) 기능과 적의 통신 등을 감청하는 기능(COMINT)이 갖춰졌다. 다만 해당 정찰기는 소형 비즈니스제트기(호커800 XP)인 탓에 내부가 협소해 근무자들이 많은 피로도를 느꼈고, 장비 탑재량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백두정찰기의 ELINT 및 COMINT 장비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수입해 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여러모로 우리 군으로선 운용상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ADD와 LIG넥스원이 2011~2018년 4762억원을 들여 개발한 701체계 운용 개념도. 북한 및 주변국의 현대화된 통신전자장비 신호는 물론이고 미사일 발사 관련 신호(화염 및 계기신호) 등도 수집할 수 있는 항공기용 신호정보수집장비다. 사진제공=ADD


이에 따라 군은 후속으로 일명 ‘701사업’을 추진한다. 2011~2018년 총 4000여억 원을 투자해 기존의 백두체계를 보강하는 사업이었다. 701체계는 국내 최초의 항공기용 신호정보수집장비로 개발됐다. 주로 북한 및 주변국의 현대화된 통신·전자장비 신호와 미사일 발사 계기신호·화염신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개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ADD가 주관했다. 체계개발은 2018년까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항공기 기체를 개조하는 역할을 맡았고, LIG넥스원이 핵심인 전자전임무장비를 맡았다. 아울러 한화시스템은 데이터링크 분야로 해당 사업에 참여해 3개사가 시너지를 냈다.

이로써 우리 군은 주로 미국에 의존해오던 공중 기반의 전자정보 수집을 독자적인 국산 기술로 이룰 수 있게 됐다. ADD와 방산업계는 앞으로 전자전체계를 창공을 넘어 우주전 시대로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산 경공격기 FA-50이 편대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KAI


◆자주국방을 넘어 ‘방산한류’로 수출길 활짝

정부는 ADD 주관으로 지난 40여년간 육상, 해상, 공중 기반으로 개발해온 전자전체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40여년간 전자전사업에 투자해온 LIG넥스원을 비롯해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8월 수출되는 국산 경공격기 FA-50에 장착될 ‘국외 FA-50 RWR 외 2종 개조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방위사업청에서 무기체계 관련 업체의 수출 증진을 위한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 사업이다.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바탕으로 FA-50 항공기의 레이다경보수신기 및 초단증폭기, 대역별 안테나, CMDS 연동 등 소형 경량화를 통해 동등 이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ADD는 지난 40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 전력의 첨단화·정예화는 물론 전자전 분야의 국방R&D 역량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자전 분야는 해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첨단 무기체계로 향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전자전·항공전자 분야의 핵심기술 파급 효과로 방산업계를 비롯한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장영진 LIG넥스원 전자전사업부장은 “전자전 분야의 기술력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국방과학연구소 및 정부에 감사드린다. 산·학·연·군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전자전 발전은 물론 해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출시장 개척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어썸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