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글로벌 감염병 말라리아, 어떻게 풍토병 됐나

■전염병의 지리학

박선미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말라리아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40만 명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치명적인 질병은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린란드와 몽골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에게 발병했다. 지금은 열대 풍토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왜 그럴까. 약을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이 사라지다 보니 제약사들이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생활 환경 개선으로 백신 수요가 줄어든 반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의 가난한 나라는 비싼 말라리아 약제를 살 경제적 여력이 없다.

신간 ‘전염병의 지리학’은 “지역은 전염병이 발생하고 전파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재생산되고 가공되고 상상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전염병을 지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한다. 즉 개개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지리적 연결망과 건강 불평등 지도에 주목해 끝나지 않는 전염병 시대의 해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저자인 박선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질병의 불균등한 지리적 분포는 물론 질병 이면의 권력관계와 체제, 지역이 가져다 주는 삶의 기회와 그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제도·정치 규범·문화 자산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과거에도 전염병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렸다. 결핵은 한 때 부유한 사람들만 회복할 수 있는 질병이었다. 에이즈도 치료약이 상용화되면서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죽을 질병’이 아니었을 때도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저자가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지구적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전염병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거꾸로 건강 불평등이 전염병 유행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됐다. 국가별로도 부유한 나라가 인구의 2~3배에 이르는 백신을 쌓아놓을 때 가난한 국가는 유행을 겪었다. 이는 끝없는 코로나의 재유행을 부른다. 이 때문에 저자는 전염병 발생 이유를 환경과 개인 위생에서 찾고, 해법을 과학기술에 의지하는 현재 관점에서는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건강 불평등이 세계 보건의 중요한 열쇠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책은 전염병이 기존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편견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 과거 서구에서 발생한 전염병들조차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편견으로 인해 비서구가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인간 인식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전지구적인 전염병에 대한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1만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