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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택권은 강화돼야 한다

이재용 디지털전략·콘텐츠부 부장

최근 대형마트 저가치킨 열풍으로

영세상권 보호 명목으로 무시당해온

소비자 선택권 문제 화두로 떠올라

개인 자유 훼손하는 규제 폐지 마땅





최근 대형마트 저가 치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형마트 저가 치킨을 사려면 ‘오픈런’을 감수해야 하고 일부 대형마트는 대기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 경쟁은 홈플러스가 6월 말 한 마리 6990원인 ‘당당치킨’을 선보이며 막이 올랐다. 당당치킨은 출시 후 50일간 46만 마리가 팔렸다. 롯데마트도 치킨 한 마리 반을 8800원에 내놓았고 이마트는 18일부터 24일까지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팔았다. 마리당 1만 6000~2만 원 정도인 대형 프랜차이즈 프라이드치킨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대형마트가 저가 치킨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원재료 대량 구매가 가능한 데다 가맹비·임대료·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지 않고 치킨무·음료 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저가 치킨 열풍의 불똥은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로 튀었다.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 유튜브 영상에서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밝히며 치킨 값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업주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당치킨은 6000원대에 판매하지만 우리는 본사로부터 받는 생닭이 6000원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가맹 업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성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대표적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와 BBQ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32.2%, 16.8%에 달했다.



사실 대형마트 저가 치킨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2년 전인 2010년 12월 롯데마트는 한 마리당 5000원인 ‘통큰치킨’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환호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를 통해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000마리 팔려고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여 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자영업자의 반발에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지자 롯데마트는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불편한 속내에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고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찾아볼 수 없다. 하긴 지금 같은 기록적인 고물가 상황에서 누가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에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한편 현재의 물가 상황을 떠나 이번 대형마트 저가 치킨 열풍은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마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영세 상권을 보호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대형마트들이 매달 이틀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고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 출점을 금지하는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서는 침묵하는 다수의 소비자보다 큰 목소리를 내는 영세 자영업자의 이해를 좇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는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영세 상인 보호가 지금처럼 일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등으로 소비자의 자유를 제한했는데 정부가 의도한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러한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 또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기 앞서 소비자의 자유를 덜 제한하면서 영세 상권을 보호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때 지키도록 한 원칙이다.

고물가 시대 오랜 시간 줄을 서서 대형마트의 저렴한 치킨을 사 먹든, 집에서 배달료를 내고 편하게 프랜차이즈 치킨을 주문해 먹든 선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그동안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며 무시돼 온 일반 소비자의 선택할 자유는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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