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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청와대를 시각문화예술단지로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지만 갈 곳도 많다. 관광객 폭증으로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도 중시되지만 관광산업 측면에서 수입을 외면할 수 없으니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광의 중추인 역사 문화 공간과 문화 예술 시설을 연결해 하나의 단지, 블록화하는 ‘문화 콤플렉스’ 또는 ‘뮤지엄 클러스트’가 대안이 되고 있다.

클러스터라는 개념은 1990년에 나왔지만 이미 이전부터 유럽이나 미국의 개별 도시가 삶과 경제의 중심이 되는 ‘도시국가’들은 문화 예술 시설이 집적된 ‘단지’를 만들었다. 각각의 기관과 시설이 서로 협업과 상호 보완해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각각의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베를린 박물관 섬, 문화 포럼,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 뮌헨 예술 지역, 파리 루브르를 포함한 1구 문화지구, 워싱턴 내셔널몰,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거리 그리고 21세기에 조성된 필라델피아 파크웨이지구, 뉴욕 박물관 거리, 쾰른 돔 광장, 아테네 대산책로 등이 있다. 대개 이들 단지는 적게는 7~8개소, 많게는 15~25개의 크고 작은 문화시설이 공존·공생하며 시너지를 낸다.



20세기 후반, 문화 예술 관광산업이 갖는 경제적·산업적 성과와 국가와 도시의 좋은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는 특성은 ‘특정 장소와 그 안의 기존 건축물 사이의 독특하고 보편적인 관계’를 통해 그 이상의 도시 재생을 일궈냈다. 코로나19로 많은 박물관과 시각 문화시설들이 문을 닫았으나 이때 많은 기관이 시설 보수와 재구조화로 클러스터의 기능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의 집중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과 관련한 시설·기관이 클러스터를 이루기 시작했다. 2001년 문을 연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 광장’은 약 9만㎡의 부지에 2개의 미술관과 건축 미술관, 공연장 2곳, 전시실, 어린이 미술관, 무용 공연장 등 16개의 시설을 포함한 상업 시설과 약 20개의 스타트업이 있는 임대 공간으로 구성된다. 문화적 도약을 위해 열심인 중동·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아부다비의 사디아트 섬, 카타르 박물관 클러스터,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중국의 수많은 성(城)별·도시별 클러스터가 있다. 대부분 박물관이 교육·수집·연구와 향수의 목적을 지니지만 시각 문화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은 그 이상의 문화·경제적 능력을 가진다. 단순하게 미술관을 하나 더 세우는 일이 아니다. 집적화된 시각 문화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은 관광산업의 핵이자 창조 산업의 기반이며 혼합 경제의 중심이다. 도시 발전의 촉매인 동시에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쇠락하는 도시를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

일제와 제왕적 대통령의 손에서 벗어나 83년 만에 국민 품에 안긴 청와대를 문화 예술, 역사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해보자. 주권국 대한민국에 없는 문화자주권의 상징인 ‘근대미술관’도 세워 체면을 찾자. 이때 청와대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적 지위, 경제적 성장의 상징으로,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공간으로 공공의 ‘기관’이 아닌 공공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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