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소득 요건이 강화되면서 연 2000만원이 넘는 국민연금 수급자 2685명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달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따로 내게 된다.
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소득 인정기준 강화로 27만3000여명이 피부양자에서 빠져서 지역가입자로 변경된다. 올해 3월 기준 전체 피부양자(1802만3000명)의 1.5% 수준이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건강보험 당국이 정한 소득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달부터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들어가면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좀 더 까다로워졌다.
재산 기준은 애초 2단계 개편에서 재산세 과세표준액을 5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최근 주택 공시가격 상승 등의 상황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소득 기준은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췄다. 합산소득에는 예금이자·주식배당 등 금융소득과 사업소득, 근로소득, 공적연금 소득, 기타소득 등이 포함된다. 다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빠진다.
이같은 조치로 가장 충격을 받는 사람은 공적 연금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은퇴자들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으로 매달 167만원 이상을 수령할 경우 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소득기준(2000만원 이하)을 맞추지 못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건보 가입자 소득자료를 바탕으로 별도로 파악한 결과 국민연금 수급액이 연간 2000만원을 넘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피부양자는 올해 2월 기준으로 2685명이다.
이들은 그동안 직장인 자녀 등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보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부터는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간 상당한 소득과 재산 등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보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아 이를 해결하려는 취지에서다.
다만 소득요건 강화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이들은 애초 월 평균 15만원의 보험료를 내야하지만, 복지부는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보험료 일부를 4년에 걸쳐 첫해 80%에서 2년 차 60%, 3년 차 40%, 4년 차 20% 등으로 계단식으로 경감해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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