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에너지 업종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거물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의문의 사고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에만 에너지 거물 최소 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6명은 가스프롬, 루크오일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2곳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앞서 지난 1월 가스프롬 투자 자회사에서 운송 부문 책임자를 맡았던 레오니드 슐만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사기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러시아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수사관은 자살로 보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월에도 가스프롬의 고위 간부였던 알렉산드르 튜라코프가 자택 차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그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4월에는 가스프롬 자회사인 가스프롬뱅크의 부회장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가 모스크바에서, 그다음 날엔 가스프롬이 투자한 러시아 2대 가스기업 노바텍의 전임 최고경영자인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에서 각각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 지인들은 모두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알렉세이 밀러가 이끄는 회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주도하며 전비 충당, 에너지 무기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이사회 의장이 이달 1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한 것도 주요 사례 중 하나다. 루크오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성명을 통해 전쟁을 비극으로 표현하면서 휴전과 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마가노프 의장은 심장마비 이후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며, 우울증 약도 복용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익명의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마가노프 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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