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005830)이 ‘빅테크에 지지 않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DB손해보험은 1000만 고객을 바탕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도 확보했다. 선도적인 혁신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해나가는 동시에 고배당을 유지하는 등 주주친화정책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DB손해보험의 영업이익은 7584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626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29.2%, 32.2% 늘어나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벌써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020년 기록했던 6834억 원, 5022억 원을 뛰어넘었다.
DB손해보험의 성장 배경에는 차별화된 디지털 혁신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한 김정남 부회장(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은 2010년부터 DB손해보험 CEO로 재직하면서 성장을 이끌어왔다. 당시 530만 명 수준이었던 DB손해보험의 고객은 현재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0조 원대에 머물던 총자산 역시 60조 원을 넘어서면서 규모를 확장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017년부터 디지털 혁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금융 산업이 빅테크, 핀테크, 인슈어테크의 통합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DB손해보험은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디지털 관련 인력 수혈을 하는 동시에 내부 인력의 역량 향상을 도모했다. 현재는 28명의 인슈어테크 전문가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이 조직 곳곳에 자리 잡도록 투자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 자동화를 통해 연간 30억 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 컨택센터를 구축해 상담사와 심사자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제거하고 향후 3년 동안 AI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전문 인력을 대규모 양성할 방침이다.
DB손해보험의 디지털 혁신의 효과는 내부적인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업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험에서는 빅테크에 지지 않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사적 디지털 고객경험에 대한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대면·비대면 채널, 계약·보상 전반에 걸쳐 고객 개개인에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상반기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00만 건의 마케팅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체계와 1000만 건의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손해보험사와 달리 높은 수준의 자동화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졌다. 2분기 DB손해보험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배경에는 손해율 개선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보험 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3%포인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4%포인트 개선되며 기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견인했다”며 “1분기 때 부진했던 신계약이 회복되면서 사업비율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타사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DB손해보험의 하반기 실적이 고공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며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시현 중”이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는 제도 및 대당 경과보험료 증가에 따른 구조적 개선을 판단되며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경쟁사는 손해율이 상승했으나 DB손해보험은 하락했는데, 회사별 손해율이 차별화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연간 1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 달성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배당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DB손해보험의 매력을 높인다. NH투자증권은 DB손해보험의 예상 배당수익률이 6.5%로 경쟁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손해보험 3사 중 PER(주가수익비율)은 가장 낮지만 배당수익률은 가장 높은 만큼 주가도 양호한 흐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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