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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그 나물에 그 밥’ 통신요금제

노현섭 IT부 차장





“너무 똑같아서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최근 만난 모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통 3사의 5세대(5G) 중간요금제와 e심(eSIM)요금제 출시를 두고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통사 관계자들도 내심 깜짝 놀랄 정도로 실제 이통 3사의 중간요금제와 e심요금제는 회사별 특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중간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017670)이 월 24GB 데이터, 5만 9000원을 내놓았고 뒤이어 KT(030200)LG유플러스(032640)가 선보인 중간요금제는 6만 1000원이라는 같은 가격에 데이터 제공량만 각각 30GB와 31GB로 1GB의 차이만 있었다. 다음 이통사는 어떤 혁신적인 요금제를 내놓을까라는 기대감은 결국 ‘역시나’로 끝났다.



하나의 기기로 두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e심요금제는 이보다 더 심하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가 e심요금제를 출시했는데 두 요금제 모두 8800원으로 100원 단위까지 똑같다. LG유플러스가 메인 번호와 데이터 공유를 추가했을 뿐 두 요금제 모두 메인 번호와 음성·문자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왜 같은 가격에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이통사 담당자들에게 문의했지만 멋쩍은 웃음만 돌아왔다. 이통사 직원 스스로 ‘부끄럽다’고 말하거나 이러한 요금제를 본 국민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물론 지금까지 이통사들이 요금제로 국민들의 칭찬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어떠한 요금제를 내놓아도 국민 눈높이에 항상 부족했다. 또 국정감사는 물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타깃이 되는 것 역시 요금제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항상 “규제 사업의 한계”라며 이동통신 사업의 태생적 원죄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요금제 출시 과정을 보면서 이통사들의 요금제가 국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과연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SK텔레콤은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시한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3~27GB에서 중간요금제를 정했다. 하지만 여당 등에서 30GB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KT는 30GB, LG유플러스는 31GB로 출시했다. 결국 국민들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의 눈치만 보다가 ‘그 나물에 그 밥’인 요금제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왜 혁신의 상징이 돼야 할 한국의 이통사들에 ‘혁신’을 찾을 수 없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통사들은 현재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혁신의 바탕이 되는 ‘다름’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다같이 먹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태도다. ‘무색무취’에서 벗어나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이라는 말을 한국의 이통사로부터 듣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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