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을 통한 글로벌 자원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기조와 발맞춰 수은은 향후 자원 무기화 시도에 맞서 금융 지원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은은 칠레 광물 생산 기업인 SQM에 총 1억 달러의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7일 밝혔다. 금융 지원은 대출 5500만 달러, 보증 4500만 달러로 구성된다. SQM은 칠레와 호주 등에 리튬 광산을 소유한 세계 2위의 리튬 생산 기업으로 전 세계 리튬 시장에서 1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공급망 확보 금융 지원 모델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자원트레이딩 회사인 트라피구라에 이어 두 번째다.
수은의 공급망 확보 금융 지원 모델은 여신 활성화의 일환이다. 자원 생산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하되 국내에 자원 공급하는 것을 의무 조건으로 내건 방식이다. SQM은 수은이 제공한 자금을 호주 리튬 광산 개발 및 생산설비 개보수·증설에 사용하고 대신 대출 기간인 10년 동안 국내 배터리셀 및 양극재 생산 기업에 약 4억 7000만 달러 규모의 리튬을 공급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은이 제공한 자금의 약 5배에 달하는 리튬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리튬은 전기차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광물로 ‘배터리의 쌀’로 불린다. 칠레·아르헨티나 등 한정된 국가에서만 생산되는 데다 중국이 독점하며 막혀 있는 리튬 공급망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수은은 지난해 말 세계 3대 자원트레이딩 회사인 싱가포르의 트라피구라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1억 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트라피구라는 대신 한국 기업에 구리·알루미늄·납·니켈 등 광물 자원을 3년간 3억 달러 규모로 제공하기로 했다.
수은은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연계해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는 기조인 만큼 관련 금융 지원 모델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명맥이 끊긴 해외자원개발을 재추진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윤희성 수은 행장은 “앞으로 수은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수급이 불안정한 곡물 자원으로 금융 지원의 저변을 넓혀 우리나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은은 이날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총 25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달러화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발행된 채권은 2년, 5년, 10년 만기로 발행금리는 4.059%, 4.348%, 4.542%였다.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게 수은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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