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미국·독일 등 과학기술 선도국처럼 연구개발(R&D)과 기술사업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한미 과학기술계 리더들은 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에서 “한국이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대학·연구원·기업까지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UNCTAD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인할 때 195개 회원국 중 반대한 국가가 없었다. 하지만 과학기술 측면에서 과연 국제적으로 선진국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게 참석자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기업에 지원하는 R&D비가 올해 29조 7700억 원, 내년 30조 6574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상대적으로 성과가 미흡한 ‘코리아 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주요 36개국 중 과학기술 혁신 역량이 양적 투자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스위스·네덜란드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원 제도(30위), 문화(26위), 지식 창출(25위) 등 환경 부문이 22위로 하위권에 자리해 결국 성과는 13위에 그쳤다.
김희용 미국 국립보건원(NIH) 분자신호실험실 치프는 “정부가 R&D를 지원할 때 미국처럼 독창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기술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글로벌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 몰아닥치고 있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산학연정과 정치권까지 구태를 벗고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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