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이 15일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을 지키는 ‘호국신기(護國神器·나라를 수호하는 신의 무기)’는 반도체”라며 “기술 패권을 빼앗기면 결국 우리는 식민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위를 보면 우리만 기술 전쟁 상황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제라도 여야와 정부·전문가들이 인재 육성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 육성에 달렸다’는 주제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이민정책까지 바꾸고 중국은 천인·만인계획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과 겉도는 대학과 기업 간 협력 등으로 인재 전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제강연자로 나선 염재호 SK이사회 의장 겸 태재대 설립위원장은 “30년 뒤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인데 여전히 우리는 학생이 아닌 교수 중심의 대량생산 교육 체계에 머물러 있다”며 “대학교 근처에 아파트만 지을 게 아니라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해 유기적인 산학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우수 인재들이 분야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해외 우수 인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국가 간 네트워크 구축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관련 예산 확충과 교육과정 개편을 약속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축사에서 “기업이 원하는 양질의 인력 수급이 부족한 것은 현행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며 “반도체 등 신기술 인재 양성 예산을 늘리고 초중등 교육과정도 인공지능(AI) 등 미래 역량 중심으로 개편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200여 명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비롯해 연구기관·기업 관계자 등 4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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