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중국의 민간 기업인 푸싱(FOSUN·復星)이 프랑스 최대 리조트 업체 클럽메드의 새 주인이 됐다. 푸싱은 이탈리아 리조트 체인의 소유주인 안드레아 보노미와 다섯 차례에 걸친 가격 경쟁 끝에 승자가 됐다. 최종 입찰에서 푸싱은 보노미보다 높은 주당 24.6유로를 제시해 클럽메드를 손에 넣었다. 총 인수 금액은 9억 3900만 유로(약 1조 3000억 원)였다.
푸싱은 중국 최대 민영기업으로 의약·유통·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푸싱은 푸싱인터내셔널·푸싱제약 등 60여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투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는 중국과 해외를 합쳐 100여 개에 이른다. 클럽메드 외에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 ‘태양의 서커스’ 등 해외 유명 기업들을 사들였다. 2016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울버햄프턴을 인수했다. 푸싱의 총자산은 약 2조 위안(약 4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싱의 출발점은 푸단대 졸업생 궈광창이 1992년 대학 동기 4명과 함께 상하이에서 창업한 시장조사 기업 ‘광신커지’다. 컨설팅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고 판단한 궈광창은 이듬해 부동산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사명도 ‘푸싱’으로 바꿨다. 이는 ‘푸단의 별’이라는 뜻으로 공동 창업자 5명을 지칭한다. 당시 상하이에는 자고 나면 새로운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는 등 건설 붐이 일고 있었다. 부동산에서 큰 수익을 낸 푸싱은 의약·철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중국 금융 당국이 푸싱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점검을 국영 은행에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푸싱그룹의 주력사인 푸싱인터내셔널이 보증한 달러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이 기업의 주가도 홍콩 증시에서 201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푸싱이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을 처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부동산 부문에서 시작된 중국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산업으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중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차이나 리스크’로 우리 경제가 좌초하지 않도록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