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등의 시집,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의 수상경력을 남긴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이번 책은 그의 통산 열네 번째 시집으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올해 출간돼 더 눈길을 끈다. 작가의 말을 통해 그는 “50년 동안이나 이 험난한 세월을, 시를 쓰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를 향한 내 마음만은 50년 전 처음 등단했을 때 그 청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시인은 깊은 고뇌와 심오한 성찰을 독자에게 쉽게 와 닿는 평이한 시어와 다정한 목소리로 풀어내던 경향을 이번 신작에서도 유지한다. 이번에는 여러 작품에서 죽음에 대한 사유가 눈에 띈다. 첫 시인 ‘낙과(落果)’부터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더니, ‘택배’에서는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자신의 상황을 반추한다. ‘매화불(梅花佛)’에서는 “죽고 싶을 때가 가장 살고 싶을 때이므로/꽃이 질 때 나는 가장 아름답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죽음을 찬미하지는 않는다.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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