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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대학 생존 해법, 국제화에 달렸다

■한훈 통계청장

한훈 통계청장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역사를 보면 지중해 주변의 인재들이 당시 가장 번성했던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아테네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17세 때 플라톤이 세운 학원 ‘아카데미아’에 들어가기 위해 아테네로 유학 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때가 기원전 4세기이다.

우리 역사에 나온 최초의 유학 기록은 신라 시대다. 선덕여왕 시기인 640년부터 통일 신라 이후까지 당시 국력이 융성했던 당나라 국자감에 유학생을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 유학생들은 그곳에서 과거를 봐 급제한 경우도 많았다. 견당 유학생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최치원으로 12세 때 당나라로 유학 가서 유명한 ‘토황소격문’ 등 많은 명문을 작성한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아테네와 당나라같이 현대사회에서 해외의 많은 학생이 모여드는 곳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인재가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정착하고 있으며 학문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부럽게 느꼈던 것 중의 하나가 해외 유학생에게 개방적이고 그들을 미국 사회에 동화시키는 미국의 대학 시스템이었다. 지금도 보스턴·뉴욕·LA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소도시에 산재한 미국의 대학들까지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소도시에 자리 잡은 많은 대학의 경우에 그 대학이 중심이 돼 도시가 유지되고 있다. 주민의 상당수가 유학생을 포함한 학생·교직원과 그들을 고객으로 하는 자영업자들이라 가히 ‘대학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세계 각지의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정착하면서 미국 사회의 일원이 돼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이 강대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미국의 대학 시스템은 미국 사회의 개방성과 결합해 미국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목격한 일본의 대학은 미국의 대학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때 일본 경제가 미국 경제를 위협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폐쇄된 일본 대학의 모습은 암울한 일본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위기감에 싸여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 입학 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크게 적기 때문이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소멸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위기에 빠진 대학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당장 미국의 대학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지만 대학의 국제화가 그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국제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올 6월 발표한 ‘2022 아시아 대학 순위’를 보면 우리 대학들이 다른 아시아권 대학에 비해 국제화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도약, 한류 문화의 확산을 활용해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드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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